|
“관광지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환대’”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흐르고, 넷플릭스에는 K-드라마가 연일 순위에 오른다. 전 세계가 한국을 보고, 듣고, 먹는다. 이러한 열풍 속에 대한민국 서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관광 도시의 반열에 올랐다. 경복궁 야간 개장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고, 성수동의 팝업스토어는 글로벌 트렌드 세터들의 성지가 되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가려진 '관광 서울'의 민낯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단순히 유행에 휩쓸려 한 번 쓱 둘러보고 마는 도시가 아닌,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 직면 과제들을 냉정하게 짚어볼 때다.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90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관광 수입 역시 31조 원을 넘어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씁쓸한 구석이 있다. 1인당 지출액은 1,100달러 선으로서 이전보다 외려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많이 오는데, 정작 지갑은 열지 않는"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서울 관광이 이제 머릿수 채우기를 넘어, 여행객의 마음을 훔칠 '질적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서울은 매력적인 자원이 넘치는 곳이지만, 명소들이 제각각 분리되어 겉돌 뿐 여행객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이끌지 못한다. 특히 서울의 상징인 한강은 여전히 그 잠재력의 반의반도 쓰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간선도로에 가로막혀 삭막한 나들목이나 육교를 거쳐야만 다다를 수 있는 한강은 접근이 어려운 ‘섬’과 같다. 런던의 템스강이나 파리의 세느강처럼 도시의 핏줄 역할을 하려면, 한강을 그저 '바라보는 풍경'에서 '직접 뛰어들어 체험하는 무대'로 바꾸는 입체적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광지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환대’다. 최근 명동 거리를 걷다 보면 붕어빵이나 닭꼬치 가격표를 보고 당황해 멈칫하는 외국인들을 쉽사리 본다. 길거리 음식 한 접시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기는 얄팍한 상술은, 단기적으로는 몇 푼을 더 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서울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치명적인 먹칠을 하는 데다 위생 문제 또한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짚어봐야 할 문제는 이른바 '뜨는 동네‘들의 딜레마, 즉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다. 예술가와 소상공인들이 땀 흘려 가꾼 동네가 유명세 타기 무섭게 대형 자본에 밀려나고, 그 자리를 뻔한 프랜차이즈들이 채운다. 익선동, 서촌, 성수동에 비슷한 브랜드의 카페와 화장품 가게로 도배된다면, 굳이 지구 반대편에서 그 동네를 찾아올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아울러 오래 머물 이유도 없기에 지역 고유의 낡고 촌스러운 매력까지도 보존하며 상생하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서울 관광을 지탱해 온 핵심은 명동과 면세점 중심의 ’쇼핑‘이었다. 하지만 쇼핑을 위한 관광은 유통기한이 짧다. 환율이나 트렌드가 꺾이면 금세 매력을 잃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자들은 물건이 아니라 ’특별한 시간‘을 사러 온다. 한국인들만 아는 골목길 맛집, 직접 땀 흘리며 배우는 K팝 댄스 클래스, 한국의 다도 체험처럼 이 도시의 진짜 일상을 깊숙이 엿볼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와 연동하여 깊이 살피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숙박시스템이다. 한국 문화를 깊이 배우고 체험하기 위해 장기 체류를 택한 이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단연 숙박비다. 놀랍게도 최근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 비용을 아끼고자 좁고 열악한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 열악한 고시원의 환경으로 자칫 대한민국의 이미지에 큰 흠집이 될 수 있는지라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서울은 이미 아주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진정한 관광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가와 공급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방인이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마주하는 사소한 불편함에 공감하고, 이를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광객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먼저 그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서울이 잠깐 스쳐 가는 유행을 넘어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영원한 로망'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겉 포장지 대신 여행자의 불편함에 응답하는 섬세한 디테일과 진심이 필요하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
포토뉴스
HOT 많이 본 뉴스
칼럼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