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 장애인은 육체적 손상은 있을망정 무능력자는 아니다!
  • 입력날짜 2026-04-14 13: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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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전환(AX) 시대는 장애인 노동의 르네상스 기회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대한민국에서는 늘 대비되는 두 장면이 동시에 펼쳐진다.

한쪽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기념식이 국무총리와 장애인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면서 장애극복상을 주고, 장애예술인들이 총동원되어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규정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단’에 의해 집중결의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거리 시위가 경찰과의 대치 속에 하루 종일 벌어진다.

오래전 국민의당 장애인위원장으로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러 63빌딩 그랜드볼륨에 들어가려는데, 기념식 입장 거부를 항의하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우리도 기념식 장소에 입장토록 해 달라”는 부탁받고서 주최 측에 전달했다 거절당한 아픈 기억이 난다. 장애인의 날 기념식엔 초대장 지닌 장애인만 입장이 가능해서였다.

문명 발전은 늘 그 빛만큼 그늘도 드리운다.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 동력인 산업혁명이 장애인 복지에 그러했다. 산업혁명으로 공장제 기계공업이 노동 현장을 장악하면서 표준화되고 기계화된 노동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장애인들은 무능력자로 낙인찍히며 노동 현장으로부터 밀려나고 사회체제에서까지 근본적으로 배제당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전 중세 유럽에선 가정생활과 노동 현장이 하나였기에 이른바 장애인들도 어떤 형태로든 직업을 지니고서 사회공동체의 경제 사회적 시스템에서 배제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육체적 손상은 있을망정 무능력자(장애인)는 아니었다.

그런데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며 국부 창출을 위해 생산력과 이윤 증대 극대화를 추구하며 노동자를 기계의 ‘수족’으로 취급하던 중노동과 장시간의 육체적 노동 현장에서 이른바 장애인들은 비생산적 존재로 여겨져 노동 현장 진입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당했다. 특히 영국은 1834년, 개정 ‘구빈법’을 통하여 공장제 노동 현장에 투입할 수 없는 아동, 병자, 광인, 심신에 결함이 있는 자, 노약자 등 다섯 부류를 가려내,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노동할 수 있는 자로 간주한다. 즉 일할 수 있는 신체(the able bodied)를 선별하기 위해 일할 수 없는 신체(the disabled bodied)를 규정하였고 여기에서 ‘장애(disability)’라는 개념이 형성되고 그것은 그대로 장애인이란 용어로 고착되었다. 그로부터 장애인들의 삶은 기나긴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장애인 복지의 이런 암흑기는, 전상장애인(戰傷障碍人)을 양산한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지구촌 전체로 확산한 산업화의 후유증인 산재장애인의 대거 출현을 겪으면서 장애인 문제가 더 이상 장애인만의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것으로 인식하게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특히 전쟁 중에 장애를 입게 된 사람들에 대해 국가가 빚을 지고 있다는 의식은 역설적으로 장애인 복지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면서 장애인 복지에도 새로운 전망이 열리게 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문명은 늘 그 사회 속의 마이너리티(소수 집단)으로부터 창조적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활짝 피어났다. 산업혁명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탈근대의 흐름 속에 맞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인 이 시대에 나는 다시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이 지닌 사회변혁의 잠재적 폭발력에 주목한다.

그런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전환(AX) 시대를 맞아 공장제 노동 현장에서의 노동 일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노동과 근무 형태가 속속 등장하면서 장애인 노동에서도 새로운 전망이 열리고 있다. 노동생산성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결정지었던 지난 200년간의 산업혁명 체제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체사회 출현이 멀지 않음을 직업재활을 전공한 장애인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 기대한다.

거기 역설적으로 장애인들이야말로 다가올 새 시대를 여는 사회변혁의 첨병이 될 수 있는 것, 그 가치에 우리 사회와 장애인들이 눈을 떠야 할 것이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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