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둠(Doom)’과 AGI의 공습,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입력날짜 2026-02-10 08:47:51 | 수정날짜 2026-02-10 14: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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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본사회를 향한 담대한 논의 시작해야”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바야흐로 ‘AGI(인공일반지능)’의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챗GPT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추론하고 계획하며 실행하는 AGI의 도래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최근 기술 업계와 자본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AGI는 모든 지적 업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말 그대로 ‘생각하는 기계’를 뜻한다. 오픈AI 등 선두 기업들은 2026년이 AGI의 원년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류 문명사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엊그제 미국 증시를 강타한 ‘소프트웨어 둠(Doom)’ 현상이 그 증명이다. 세일즈포스, 어도비 같은 전통적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들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공포 매도에 나서는 기현상 발생은 AGI가 상용화되면 인간이 소프트웨어 도구를 조작할 필요가 사라져서다. AI 에이전트가 코딩부터 관리까지 수행하는 세상에서, 인간을 위한 도구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종말론’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는 ‘인간의 노동’을 전제로 한 기존 산업 생태계 붕괴 시작의 강력한 신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소프트웨어의 종말은 곧 사무직 노동의 종말을 예고한다. 여기에 로봇 공학이 결합한 ‘피지컬 AI’가 본격화하면 육체노동 시장마저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공장을 돌리고, AGI가 사무실을 지휘하는 세상에서 인간 노동력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이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실업이 아니라, 노동 그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노동의 증발’ 시대를 의미한다.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은 “AI가 모든 생산 비용을 ‘0’에 수렴하게 할 것”이라며, 노동이 아닌 자본(컴퓨팅 파워)이 부의 유일한 원천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그가 주장하는 대안은 급진적이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기본소득을 통해, AI가 창출한 막대한 부를 인류에게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 노동 사회’의 계약이 만료되었으니, 새로운 복지 체제, 즉 기술이 벌어들인 소득을 배당 형태로 나누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의 주장처럼 기술 기업들이 순순히 자신들의 이익을 내놓을까? 자본은 냉혹하다. 이윤 추구에 최적화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인류의 복지를 책임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오히려 기술 독점 기업들이 부와 권력을 독식하고, 대다수 인류는 잉여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바로 우리가 막연한 기술 낙관론을 경계하고, 지금 당장 제도적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우리는 ‘기본사회’의 필연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미래의 불안에 대비한 기본사회란, 단순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AG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노동 소득만으로는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에 인간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방파제’다. 주거, 금융, 의료, 교육 등 삶의 필수적인 요소를 국가가 국민의 권리로서 보장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기본사회의 핵심’이다.

과거의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논리는 AGI 시대에 통용될 수 없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보편화될 것이라서다. 이제는 노동의 의무를 다그칠 것이 아니라, 기술이 창출한 부를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노동 소득이 사라진 자리를 기본소득과 기본 서비스로 채워 넣어야 한다. 그것이 기술 발전의 혜택을 특정 소수가 아닌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 폭락에 이은 한국 증시의 충격은 머잖아 일자리와 경제에 닥칠 거대한 해일의 전조다. 이에 AG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기술 엘리트들이 던져주는 부스러기에 의존하는 수동적 객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기본사회’라는 튼튼한 배를 건조하여 파도를 넘는 주체가 될 것인가. 기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기본사회를 향한 담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곧 있을 지방선거부터 후보 공약의 핵으로 전개되길 진심 바란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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