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자원봉사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 입력날짜 2026-01-13 08:59:40 | 수정날짜 2026-01-13 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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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된 헌신과 사라진 순수성
▲김찬숙 영등포구자원봉사센터장
▲김찬숙 영등포구자원봉사센터장
과거 자원봉사라는 단어는 ‘자발적 의지’와 ‘대가 없는 헌신’의 동의어였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내놓는 행위, 그 자체가 보람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원봉사’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돕고,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시작하던 순수한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제도와 수당, 실적과 증빙이 대신하고 있다. 요즘 지역 현장에서 순수 자원봉사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못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

00회의에 참석하면 회의 수당이 지급되고,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많은 사업이 사실상 ‘유료 프로그램’이 되었다. 봉사는 더 이상 무보수의 나눔이 아니라 계약과 보상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순수 자원봉사자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봉사하고자 했던 이들은 왜 현장을 떠나고 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봉사가 ‘일당’이나 ‘스펙’으로 치환되는 분위기가 그들을 소외시켰다. 내가 베푸는 선의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경제적 이득이나 행정적 수단으로 비칠 때, 순수한 봉사자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또한, 모든 것이 제도화되고 매뉴얼화된 현대 사회에서 ‘대가 없는 행위’는 오히려 이상하거나 바보 같은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돈 안 주면 왜 해?”라는 질문이 상식이 되어버린 시대에서, 순수 자원봉사자들은 갈 곳을 잃고 숨어버린 것이다.

지자체의 각종 제도 역시 이 현실을 가속한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자원봉사의 가치를 확장하기보다는, 봉사를 행정적 성과와 예산 집행의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센터의 풍경 또한 사뭇 달라졌다. 센터를 찾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나눔의 기쁨보다는 ‘서류상의 증빙’을 목적으로 한다. 고용노동부의 실업수당을 유지하기 위해 구직 활동 대신 봉사 점수를 채우려는 대체 활동 참여자들이다.

정해진 시간을 채우고 실적을 남기기 위한 방문일 뿐,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베풀고자 하는 사람의 발걸음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봉사가 ‘의무’가 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봉사가 아니다.

이들에게 봉사는 가슴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 행정적 절차를 통과하기 위한 하나의 ‘미션’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진심 어린 소통과 연대는 사라지고, 오직 바코드 찍듯 기록되는 시간만이 남는다. 시스템은 효율화되었을지 모르나, 봉사의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고 있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자원봉사 대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현실 속 이웃의 어려움은 소득 기준표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실직, 질병, 돌봄 부담, 관계의 단절 등 제도에 포착되지 않는 수많은 사각지대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자원봉사는 바로 그 틈을 메우는 사회적 연대의 행위다.
그럼에도 제도에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틀렸다는 식의 질책을 받으면서 나눔은 조건이 아니라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야 하는 현실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되묻게 한다.
▲영등포구 지원봉사센터/이미지=영등포시대
▲영등포구 지원봉사센터/이미지=영등포시대
자원봉사는 지역사회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 온도가 식어가고 있다면, 우리는 제도를 더 늘리기 전에 먼저 질문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자원봉사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원봉사는 단순히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메마른 사회에 인류애를 수혈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가장 숭고한 민주 시민의 행동이다.

물론 모든 봉사가 무보수여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일정한 보상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균형의 상실이다. 순수 자원봉사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영역마저 모두 제도와 비용의 틀 안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질적 보상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상이 봉사의 유일한 동기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봉사가 아닌 '저임금 노동'에 불과하게 된다. 실업수당을 위한 확인서 한 장보다, 누군가의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온기가 더 큰 가치임을 깨닫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한다.

텅 빈 자원봉사 센터의 대기석을 보며 우리는 사라진 이들을 그리워한다. 이제는 형식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작고 사소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활동들이 존중받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보상이라는 달콤한 유혹과 행정적 편의주의를 넘어, 다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수 자원봉사의 시대를 간절히 기다려 본다.

김찬숙 영등포구자원봉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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