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 노무현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 입력날짜 2025-09-09 10: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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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에 반미주의자에서 친미주의자로 급변침, 혼란에 빠진 지지자들
▲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원로자문위원
▲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원로자문위원
취임한 지 이제 100일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특히 좌파 진보 대통령 가운데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반미주의자로 각인돼 취임 초부터 백악관으로 초치 당한 그런 닮은꼴 운명이다.

대통령 되기 전, 경솔하게 반미 발언 일삼았던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고 첫 방미에서 대통령 노무현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강력한 압박을 받는다.

특히 ‘12가지 요구안’을 들이밀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노무현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겁박까지 당한 뒤 충격을 받은 노 대통령은 불현 친미주의자로 변신을 시작한다.

한미FTA 체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찬성, 평택 미군기지 조성, 이라크 지원군 파병, 삼성그룹 지원 등, 부시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정책 수행을 한다. 이러한 급변침 행보를 보이자 당연히 노 대통령 지지층에서 배신감을 느끼며 반정부 세력화 되어갔다.

특히 한미FTA 반대운동의 경우는 김근태, 천정배, 정동영 같은 정치인들과 당시 민주당 핵심 세력에 의해 주도되었고, 심지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같은 좌파 미디어들조차 등 돌렸으니 대통령 노무현 입장에선 더욱 뼈아픈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고 결국 민주당마저 분열하면서 정권 재창출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이는 마치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친중 종북의 반미주의자로 기세등등하던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서 역시 급변침을 시작하여 결국 친미주의자로 돌아서자, 좌파 진영 전체는 물론 지지층에도 배신감을 주며 큰 충격을 안기고 그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뭉칠 우려를 낳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 흡사하다.

이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깊은 충격을 받고서 6천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은 물론이고 비공개 오찬 회담 뒤 즉각 태세를 바꾸면서, 안미경중(安美經中) 폐지, 검찰청 폐지 재고,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한미일 체제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항,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에 파병, 심지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 기각 같은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존의 이 대통령 지지자들에겐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미국이 사실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익히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천안문 망루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무심코 섰다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보복을 받았으며 끝내 탄핵까지 당해 권좌에서 쫓겨나게 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미국에 맞선다는 것의 위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문재인 세력에 의한 당권 반환 요구에 의해 민주당이 정청래 당대표 선출로 친문 세력에 장악된 상황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당시처럼 민주당의 분당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충분한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다.
이재명 대통령 정권은 5년 내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시달릴 것이라고 다들 예상하는데, 거기에 5년 내내 친문 세력에게도 시달릴 여건이 만들어졌다면,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도 장담할 순 없게 된 것이다.

친문 세력과 트럼프가 만드는 이런 내우외환 속에 이재명 대통령의 지혜로운 정치적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원로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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