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투쟁 진보적 중도 성향, 민주화 이후 중도 보수 노선
지금 내란 세력을 분쇄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민주당의 당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고조되었습니다. 명쾌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반민주적 극우 파시즘과 반민족적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줄곧 모든 중간 세력을 포용하려는 중도적 민족 민주 노선을 걸었습니다. 現 민주당의 모체인 ‘1955년 민주당’은 임정 요인 신익희와 지청천, 신간회 계열의 조병옥 등이 중간 세력들을 결집해 창당한 임정 계승의 민족민주정당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민주당은 애초부터 좌파적 계급정당(left class party)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을 비롯한 全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진보적 중도 노선(progressive centrism)의 온건 진보 세력으로부터 중도 보수 노선(centrist conservatism)의 합리적 보수세력까지 망라하는 정통 중도 세력 주도의 “중도적 국민정당(centrist nation party)”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리하여 민주당은 당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또는 국가의 정치 상황에 따라 정통 중도를 밑변으로 삼아 진보적 중도와 중도 보수의 양변을 잇는 당의 '트라이앵글 정체성(triangle identity)' 또는 '트리플 정체성(triple identy)'을 동시에 또는 번갈아 표방해 왔습니다. 또 민주화 투쟁기에는 단호한 진보적 중도 성향을 보이다가 민주화 이후에는 점차 중도 보수 노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黨 정체성의 이런 유연한 실용주의적 변화와 진화는 미국민주당 경우에도 그러했습니다. 가령 빌 클린턴은 당의 경직된 전통적 좌편향 의식을 타파하고 진보적 중도(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했고, 오바마는 중도 보수에 가까운 노선을 걸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국가 위기의 본질은 보수를 자임하던 정당이 계엄의 탈을 쓴 윤석열 내란을 두둔하며 중도 보수적 국민을 배신하고 극우 파쇼 세력에게 굴종해서 그들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급변 사태입니다. 이 파쇼 세력은 망상적 거짓말과 대중 기만으로 또 다른 내란을 획책하고 선동정치와 파괴적 폭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1930-32년 독일의 나치화가 독일 보수정당이 극우세력에 굴복해 잡아먹힌 데서 개시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 이것은 진정 민주주의의 파괴와 국가사회 전체의 파쇼 화를 초래할 “매우 위험한” 국가 위기 상황입니다. 이 국가 위기는 오직 정통 중도 세력이 이념적 포괄범위를 최대로 확장해 국민의힘에 배신당한 중도 보수적 국민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 중도 보수와 온건 진보 사이의 굳건한 역사적 연합 블록을 구축해 극우 파쇼 세력을 진압함으로써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중도적 국민정당 민주당이 당의 三角ㆍ三重 정체성 가운데 중도 보수적 정체성을 최대로 강화해 全 국민을 향해 두 팔을 한껏 크게 벌려야 합니다. 극우파쇼세력의 발호는 현재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동구권은 네오파쇼 세력이 석권한 지 오래고, 서구에서도 네오파쇼들이 발흥하여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집권했고, 프랑스·오스트리아·독일·영국 등지에서도 최근 모두 전통적 좌파 정당을 제치고 중도 보수정당을 위협하는 제2당으로 올라섰습니다. 따라서 발흥하는 극우 파시즘의 극복은 세계 민주 세력의 역사적 과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중도를 중심으로 온건 진보와 중도 보수의 연합 블록을 구축하여 극우 파쇼 세력의 도발을 분쇄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것은 극우 파쇼를 진압한 금세기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고, K-Democracy는 세계적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도 중도 보수 쪽으로 당 정체성의 우선순위를 변화시킬 것을 절박하게 요구합니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분배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을 앞세워야 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성장은 일자리 창출과 임금ㆍ이윤 소득을 통해 이미 절반의 분배 측면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성장은 경제의 앞바퀴이고 분배는 뒷바퀴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특별한 3-4차산업혁명(IT-AI혁명) 시대에는 소득주도 성장 노선보다 투자주도 성장 노선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하여 지금 성장을 절대시해야 하는 위기의 한국경제도 민주당의 전통적 당 정체성 가운데 중도 보수적 정체성의 전면적 활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서의 ‘중도적 국민정당’ 민주당의 정통 중도적 黨 정체성은 본질적으로 불변이지만, 민주당은 지금의 위기 상황과 시대의 요구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黨의 트라이앵글 또는 트리플 정체성 가운데 전통적 중도 보수 정체성을 특별히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황태연 동국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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