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학년도 영등포 늘푸름학교 초등·중학교 졸업식’ 열려
  • 입력날짜 2025-01-22 17: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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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졸업생 26세, 최고령 졸업생 92세로 나이 차이는 ‘66’
“배움에는 나이도, 한계도 없다”
▲졸업생 자리에 축하 꽃이 나란히 놓여있다. Ⓒ영등포시대
▲졸업생 자리에 축하 꽃이 나란히 놓여있다. Ⓒ영등포시대
1월 22일 영등포구청 별관에서 개최된 ‘2024학년도 영등포 늘푸름학교 졸업식에서 초등·중학교 최연소 졸업생과 최고령 졸업생의 나이 차이는 ‘66’이다. ‘배움에는 나이도, 한계도 없다’라는 말이 안성맞춤이다.

영등포구는 1월 22일 구청 별관에서 ‘2024학년도 영등포 늘푸름학교 초등·중학 졸업식을 개최했다.

졸업식은 졸업생 50명(초등 27명, 중학 23명), 재학생과 졸업생 가족 등 150명과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이순우 구의원, 구청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취재 경쟁 속에서 진행됐다.

개회에 이어 ▲재학 시 활동 영상 시청 ▲졸업장 수여 ▲상장 수여 및 소감 발표 ▲축하 인사에 이어 재학생 대표의 송사, 졸업생 대표의 답사, 최고령 졸업생의 소감 발표 ▲가족 대표 편지 낭독 ▲졸업식 노래 제창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최호권 구청장(늘푸름학교 교장)이 “늘푸름학교 졸업생 여러분의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고 아마 소녀 같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또 배우고, 봉사활동 하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최호권 구청장(늘푸름학교 교장)이 “늘푸름학교 졸업생 여러분의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고 아마 소녀 같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또 배우고, 봉사활동 하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최호권 영등포구청장(늘푸름학교 교장)은 축사에서 “정말 자랑스럽죠”라고 운을 뗀 뒤 “동창, 선후배들과 추억 등, 만감이 교차하는 그런 자리인 것 같다”라고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먼저 전했다.

최호권 구청장은 “이런 날이 있기까지 학생 본인(어르신)도 열심히 했지만,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가족분들 정말 열심히 도와주셨기 때문에 이런 졸업의 영광을 얻게 된 것 같다”라며 “함께하시는 여러분들이 장하다는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최호권 구청장은 이어 “참 자랑스럽다”라며 “평생 농사를 지은 부모님 두 분이 초등학교조차 가본 적이 없다. 아버님은 2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님도 학교 다니고 싶다고 하신다. 그런데
어머님이 지방에 계셔 이 (늘푸름)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늘 안타깝다”라고 부모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졸업생과 내빈을 향해 “1년 365일 학교에 나오는 선생님들께서는 1년 365일 학교에 나오신다”라며 감사의 박수를 부탁한 최호권 구청장은 “돌이켜보면 고생도 많았지만, 수학여행, 골든벨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최호권 구청장은 그러면서 “90대 중후반인 김옥순 어머니, 휠체어를 타고 졸업할 수 있게 해준 가족들”을 언급하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어쩌면 학생 못지않게 더 장한 일을 하신 것이다”라며 학생과 가족들에게 덕담과 함께 서로를 위한 박수를 부탁하며 격려를 보냈다.

최호권 구청장은 “올해 13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배움에는 나이도, 한계도 없이 정말 대단하다. 주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봉사를 이어간다고 한다”라며 “우리 영등포가 자랑하는 이 늘푸름학교 졸업생 여러분의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고 아마 소녀 같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또 배우고, 봉사활동 하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

최호권 구청장은 “우리 선생님, 가족분들하고 열심히 뒷받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송사에 나선 이은자 재학생 대표는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꿈에 그리던 학생이 되어 공부하게 되었다. 참 좋았다”라면서도“하지만 동네에서 아침마다 어디 가냐고 물으면 항상 돈 벌러 간다고 했다, 못 배웠다는 게 창피해서 저도 모르게 숨겼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마음이 속상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학교에 오면 친구들 선배님들과 한마음으로 공부하고 지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선배님들이 수업에서 모르는 글씨도 알려주시고 함께 미술도 하고 너무나 고맙고 뭐든 잘하는 선배들은 멋있다”라며 “선배님들과 함께 소풍을 가고 공연도 보고 정말 신나고 즐거웠다”라고 후배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호권 교장 선생님이 틈나실 때마다 학교 오셔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 해 주실 때는 정말 제가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아 으쓱하기도 했다”라면서 “선배님들이 졸업을 맞아 헤어지는 건 섭섭하지만 저도 선배님들처럼 후배들 열심히 돕고 함께 공부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선명 졸업생 대표가 답사에서 “인생에 가장 바쁘게, 즐겁게, 빠르게 그리고 가장 빛나던 삼 년이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영등포시대
▲정선명 졸업생 대표가 답사에서 “인생에 가장 바쁘게, 즐겁게, 빠르게 그리고 가장 빛나던 삼 년이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영등포시대
답사에 나선 정선명 졸업생 대표는 “교복 입고 재잘거리는 중학생들, 소풍 간다고 수학여행 간다고 준비하는 자식들의 도시락을 싸주면서도 늘 가슴 한쪽이 허전했던 시절들, 돌고 돌아 영등포 늘푸름학교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삼 년이 지나고 벌써 졸업한다”라며 “인생에 가장 바쁘게, 즐겁게, 빠르게 그리고 가장 빛나던 삼 년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배우는 재미도 알고 행복하다 싶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이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좀 더 잘할걸 하는 후회가 많이 든다. 하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면 행복한 일뿐이다”라며 “꿈에 그리던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던 날 정말 꿈길을 걷는 기분이었다”라고 아쉬움과 즐거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오늘 졸업하는 저희는 못 배운 상처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나누고 딱 열 네 살 중학생처럼 별거 아닌 걸로 싸움도 했고 조그만 일로도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던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공부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우리 학교에서 배웠다”라고 졸업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 “최호권 교장 선생님,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 공부하는 엄마가 멋지다고 칭찬해 준 가족들, 응원해 준 후배 님들,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전하고 “오늘 우리는 정든 학교를 떠나지만, 선생님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늦깎이 학생들의 희망이 되고 이 사회와 우리 자손들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하며 늘푸름학교와 이별을 고했다.
▲오은빈 양(8세)과 손자 오유진 군(10세)이 “사랑하는 은자 씨의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소형 현수막을 들고 안은자 학생의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오은빈 양(8세)과 손자 오유진 군(10세)이 “사랑하는 은자 씨의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소형 현수막을 들고 안은자 학생의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할머니의 졸업식장을 찾은 안은자 (69세)의 손녀 오은빈 양(8세)과 손자 오유진 군(10세)은 “사랑하는 은자 씨의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소형 현수막을 들고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했다. 추가로 축하 말을 요청하자 “그냥 축하합니다. 또 축하합니다”라며 “축하가 최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안은자 중등 졸업생은 졸업 소감을 묻자 “3년 동안 즐기면서 재밌게 (학교) 다녔다. 특히 수학여행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면서도 “공부가 잘 안될 때는 짜증도 났지만,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 주어 극복한 것 같다”라며 쑥스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가르침을 머릿속에 넣자마자 빠져나가는 것 같아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3년 동안 도와준 딸과 무뚝뚝하지만, 집안일을 도우며 졸업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남편이 고맙다”라고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졸업생 일동은 학사모를 공중으로 던지며 졸업의 기쁨을 만끽했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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