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키오스크가 일상이 된 사회, 변화가 차별되지 않기를...
  • 입력날짜 2024-09-16 1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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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몇 해 전 지인들과 함께 들른 카페에서 입구에 놓인 키오스크 앞에 어르신 두 분이 사용법을 몰라 주위 눈치를 살피며 쭈뼛쭈뼛하고 계신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손님이 많은 시간대가 아니라서 가게 직원분의 배려로 어르신들은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고도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음식점이나 카페, 공공기관 등 이곳저곳 어디를 가도 키오스크를 둔 곳들이 눈에 많이 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결제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점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공항, 터미널, 은행, 영화관까지 급속도로 퍼져왔던 키오스크가 자영업자들에게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지출 비용 증가를 타개해 줄 해결책으로서 일상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키오스크 사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는 환경 속에서 고령층은 점점 소외돼 가는 것만 같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게 자란 현재 젊은 세대와 달리, 디지털 문법이 낯선 고령층은 화면을 터치하는 방법마저도 가르쳐줘야 하는 등 세밀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실제로 주변 어르신들께 여쭤보면, 매장 내에 키오스크만 보이고 주문받는 직원이 따로 없는 경우에는 아예 매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분들이 대다수였으며, 키오스크를 사용해 보고 싶어도 뒷사람 눈치가 보여 꺼려진다는 분들도 많았다.

실제로,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의 82%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별 키오스크 경험률은 55세 미만에서 96%, 55세 이상 고령층에서 57%로 나타났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고령층은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를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았으며, ‘뒷사람의 눈치가 보여서’라는 답변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지속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키오스크 등을 비롯한 어르신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어르신의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해 키오스크·모바일 앱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편의 제공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에서도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 디지털 동행플라자 서남센터가 작년 12월 26일 우리 영등포구 대림동에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인터넷 쇼핑하는 법, 키오스크 사용법, 스마트기기 사용법 등의 생활 밀착형 교육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제공하고, 그 밖에도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체험을 통해 어르신들의 디지털 활용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특히, 교육용 키오스크를 이용하여 패스트푸드와 카페에서의 주문, 고속버스 예매, 은행 ATM 사용, 병원 진료 발급기 등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되 키오스크 사용이 보편화된 장소들 위주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사회적 취약계층 사이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해 나가기 위한 입법·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노년층의 키오스크에 대한 활용을 증진하는 것은 노년층의 사회적 활동을 확대하고 디지털 격차로 인한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디지털 역량의 차이가 향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우리 영등포구의회에서도 향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디지털 상담·교육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는 한편, 어르신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에 직접 찾아가거나 지원 인력이 집으로 방문하여 도움을 주는 형태의 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또한, 정보의 부족 혹은 자발적 거부로 인한 디지털 격차의 발생을 막기 위해 기존의 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계하여 디지털 체험 및 상담·교육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디지털 기술의 진일보로 인해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이라 말하지만, 어르신들과 같은 디지털 약자들을 떠올려 볼 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모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키오스크를 계기로,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변화들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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