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들레 동인의 경철과 승욱에게
  • 입력날짜 2024-06-13 1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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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설치 예술작가로 활동하는 ‘라기’ 작가가 박상현(공간 상현)대표의 릴레이 추천으로 민들레 동인 ‘경철’과 ‘승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간밤엔 푹 주무셨나요? 길어진 해가 곳곳의 습기를 말리는 쾌청한 날입니다. 지난 토요일의 회동도 그러했지요. 서로의 축축한 근황을 꺼내어 말리고 또 마른 목을 축이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늘 가장 먼저 지쳐 버려 미안합니다.

우리 모임의 결성은 제게, 낯선 고양이의 헤드번팅 처럼 당황스러운 동시에 반가움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제게 먼저 다가와 주셨지요.

간택당한 것은 오히려 저군요. 한 달에 두어 편씩 공유하는 글은, 쉽게 멀리 뛰쳐나가게 하지 않고 현재를 살게 합니다. 생생히 살아가는 방법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나누어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어느 모로 보아도 다정한 두 분에게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습니다.

세 그루의 묘목이 떠오릅니다. 잎이 많이 달린 한 그루는 유난히 바지런한 소리를 내고, 잦은 바람에 잘 흔들리는 한 그루는 그만큼 유연해 보입니다. 나머지 한 그루는 이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네요. 각자의 장소에서 이리저리 생장하다가 또 편지 같은 만남을 갖지요. 덕분에 오늘도 웃습니다.

2024년 6월 11일
기쁜 아침에, 라기 드림

이라기(설치 예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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