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왜 이리도 갈등이 심한 것인가?
지난 2021년 6월, 영국 명문대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에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갈등 지수 세계 1위 국가’로 명시되었다. 전 세계 28개국의 시민 2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빈부격차, 지지 정당, 정치 이념 등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 경우 이념·정당·빈부·세대·성별·학력·종교 등 7개 갈등 항목에서 ‘심각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면 그 갈등을 조정하는 조정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데, 오히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의 정점에 정치가 자리 잡고 있으며 국회는 갈등을 조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동물 국회, 식물국회 등 국민이 오히려 정치권을 향해 '제발 싸우지 말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이전투구의 싸움판에 늘 빠져있는 것이 과연 오로지 그들의 인성 탓일까. 해방 후, 특히 6.25 사변인 한국전쟁 이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였던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10권에 드는 경제 대국에 이르게까지, 우리는 참으로 숨 가쁘게 살아왔었다.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이루다 보니, 무엇보다 살인적인 치열한 경쟁 속에 던져진 우리는 목적 달성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도 기꺼이 용인해주었다.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의 ‘꽃들에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에 나오는 애벌레들이 만든 기둥처럼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우리는 모두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을 성공 인생 인양 꼭대기를 향해 위로 올라가기만 했다. 여의도 정치권은 그런 악마적 서바이벌게임의 끝판이었다 그 결과물이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적대적 진영정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둥근 천정 뚜껑이 열리면 마징가 Z가 나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내게는 그 둥근 지붕 위에 300마리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고 밟으며 만들어낸 애벌레의 기둥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헌법 제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 했고, 민주주의 정치란 ‘우리와 다른 이’와 함께 살며 윈윈하는 공존의 예술(art)인데, 여의도 민주주의에서는 상대를 궤멸시키고 우리만 홀로 살아보겠다는 기술(art)만 횡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변되는 진보-보수 좌우 진영 간 대립도 따지고 보면, 브라만 좌파(Brahmin left)와 상인 우파(merchant right)로 규정되듯 두 세력 모두 기득권화되어 이해관계에 있어선 한 몸이면서 겉으로만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렇게 갈라치기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어 ‘기본’을 잃어버린 오도된 민주주의에 온 나라가 병들어 가고 있다. 이처럼 오로지 적대적 진영정치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권의 고질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선거할 때만 되면 두 가지 이슈로 뜨겁다 곧 선거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와 새로운 사람으로 공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말해 물갈이를 할 것인가. 고기갈이를 할 것인가의 문제다. 두 가지 모두 시급한 과제이지만, 정치구조를 바꾸고 개선해 환경을 정화하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바, 아무리 깨끗한 사람도 여의도에만 가면 곧 그 물에만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것도 이권이 그의 초심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승자독식-패자 전몰의 대결 정치가 난무한 한국의 정치에서 함께 살아가는 포용의 정치를 되살리고 ‘배제의 정치’(politics of exclusion)를 획책하는 사회분열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사회통합에 나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에 입각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도, 사회적 이슈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면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고 사회갈등 비용을 줄여나가는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al Democracy)’를 하루빨리 도입하자는 주장도 모두 그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 선포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정신 곧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제대로 지키는 ‘기본’이 바로 선 나라로 만들어가는 길이다. 지난 2020년,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는 치유의 시간(This is the time to heal in America)”이라며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그런 관습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국민통합을 호소해 감동을 주었다. 이제 우리 여야 정치권이 적대적 진영정치로 인해 갈라지고 찢겨 그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한 상처투성이 대한민국을 다시 회복시킬 ‘치유자’ 되어 통합사회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여야 인사의 칼럼은 필자의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포토뉴스
HOT 많이 본 뉴스
칼럼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