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학교안전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
  • 입력날짜 2024-05-24 13: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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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법제와 안전 선진국 법제 수준으로 개정해야
점점 안전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요구, 학교 현장·교육주체들의 이유 있는 목소리, 학교 안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참고하여, 현행 학교 안전 법제를 산업안전 법제와 안전 선진국 법제 수준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교육받는 배움터인 학교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학생 수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음에도 학교 안전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번 언급한 것처럼, 학교 안전사고는 매년 10만 건을 상회하고 있다.(2022년 14만 9,339건)

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책상과 의자만 있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이 마음껏 꿈과 끼와 뜻을 키우도록 알차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러한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안전’이라는 밑받침은 가장 기본요건이다. 만약 학교가 학생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면, 학교 교육은 그 목적과 가치를 추구할 수 없고 존재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주로 시스템 이론에 따라 실효성과 체계성을 기준으로 「학교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산업안전 법제, 그리고 해외 안전 법제 및 학교 안전 관련 20여 개 법제들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학교안전법」이 구체성과 이행 강제성, 예방 예산 담보성 측면에서 미흡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학교안전법」의 실효성과 체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안전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첫째, 「학교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심으로 학교 안전 법제와 산업안전 법제를 분석해 보면, 산업안전 법제가 학교 안전 법제보다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학교안전법」도 예방 정책을 내실 있게 수행하도록 관련 법제를 과감하게 혁신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교안전법」과 「학교보건법」을 「학교안전보건법」으로 통폐합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안전보건공단’이라는 일원화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안전법」도 정부, 교육행정기관, 학교 등 주체별 책무성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협력 강화 규정 명시 및 지역 유관기관과도 긴밀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 안전교사와 안전전담직원을 포함한 학교안전담당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둘째,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핀란드 등 해외 주요 국가의 학교안전 법제를 살펴보고, 그 선진화된 법제를 탐색, 우리나라에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교안전은 국가 차원에서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학교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안전교육을 지원하는 법제의 명문화 및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학교안전센터, 영국의 보건안전청(HSE), 독일의 공적 보험기관과 같은 학교안전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실효성 있는 매뉴얼에 의해 작동하도록 학교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고, 예방과 관리의 통합적, 연계적 운영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 안전사고 예방 활동과 안전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20여 개가 넘는 학교 안전 관련 법제, 일원화·체계화하는 입법 작업 필요
셋째, 우리나라 학교 안전 관련 법률에는 「학교안전법」 외에도 많이 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급하게 제정하다 보니, 학교 안전과 관련된 법제가 20여 개가 넘는다. 복잡하고 중복된 내용까지 있어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학교 안전 관련 법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입법적인 결단을 통해, 학교 안전 관련 법제를 모두 종합할 수 있는 헌법적 성격의 「학교안전기준(기본)법」을 제정하면, 학교 안전에 관한 기준법(기본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학교 안전 관련 법제들을 통일성 있게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흡한 안전교육 관련 규정을 분명히 하는 등 예방 및 안전교육·안전조치 의무에 관한 법제도 통일하여, 학교 안전교육을 보다 내실화하여야 하고, 각각의 법제에 따라 혼란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학교 안전 보호구역을 통합하여 체계적, 합리적 학교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시설 안전을 규정하는 법제들이 대부분 학생 및 학교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안전기준 현실화 등 학교시설 안전법제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입각한 안전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학교 현장과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원점에서 규칙 준수 위주의 이론교육에서 벗어나 위험 요인을 발굴・대응・조치하는 위험인지 감수성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의 재량권 및 교사의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다시 마련하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안전교육용 참고사항 정도로 위상을 낮출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학교안전법」을 개정하여, 예방 활동과 안전 교육에 대한 내용도 강화하였다. 그럼에도 실효성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 자료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정책담당자들의 직관과 경험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책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 정작 중요한 역할과 책무, 실효성 있는 대책 미흡, 시수 확보 부재 등이 정책설계에 빠져있었고,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프라가 부족해 학교 현장에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책무에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위험성 평가실시, 안전조치, 재발 방지책 마련 규정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발생한 사고를 집적한 데이터와 사례를 분석해 손상감시시스템 구축, 안전교육 교재, 콘텐츠 개발 등 안전 정책으로 환류한다면 사고 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사고 저감에도 기여할 것이다. 참고로 산업안전 법제가 학교 안전 법제보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어 참고할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만 규제 일변도로는 한계가 있기에 영국처럼 목표 기반 규제, 곧 자율규제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덧붙여 특수교육지도사 등 일부 교직원들이 「학교안전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학교안전법」의 교직원 보호 수준을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재해의 경우 예방 업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상 업무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학교안전법」도 개정하여 예방과 보상을 분리하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당장은 어렵다면, 「학교안전법」에 예방에 대한 재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기금 투입액을 「산업안전보건법」을 참고하여 100분의 3 이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도 취학 전 모든 아동에게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교 졸업 시까지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질병에 대해 치료비를 100%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지원과 투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국가 차원에서 신경 써서 질병과 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질병과 사고 뒤에 쓰는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따라서 북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교육과 의료’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제 ‘무상교육’을 넘어 ‘무상의료’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안전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요구 및 학생 등 학교 현장·교육 주체들의 이유 있는 목소리와 학교안전 전문가들의 타당한 목소리를 학교안전 법제에 적극 반영한다면, 더욱 안전한 학교로 거듭나고 학교 안전 행정 시스템도 합리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논문,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제 연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김형태 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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