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학교, 학교,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쓰러지고 숨져야 법이 제·개정되는 사회가 되었다. 2019년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식이법’과 주차장법 개정안인 ‘하준이법’이 통과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밖에도 ‘정인이법. ‘구하라법’, ‘최진실법’ 등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처럼 사후 약방문 격으로 학교안전 관련 법률들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해야 법이 바뀌거나 새롭게 제정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계속 증가 추세인 학교안전사고! 올해는 세월호 침몰 사고 10주기이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하고 한없이 미안하고 여전히 부끄럽기 짝이 없다. 10년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고 학교안전은 어떻게 달라졌고 교육활동은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안전 사각지대를 관리하지 못하여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고 안전 혁신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부랴부랴 학교안전사고 예방계획 수립, 시・도 교육청에 학교안전사고 예방・대책 전담 부서 설치,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의거한 안전교육 실시 등 그동안 소홀했던 예방 관련 내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학교안전 법제를 크게 개정했다. 그러나 형식에 치우친 땜질식 처방과 하향식·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정작 실효성과 정교함이 부족하여 학교안전사고는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고 학교안전 문화도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학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학교안전사고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사고의 종류도 늘어나고, 정도는 더욱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체육, 등·하교, 휴식 시간 등 다양한 시간대에서 연간 10만 건이 훨씬 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매년 10명 내외의 사망자와 50∼80명의 장애 학생이 생기고 있어, 학교안전사고는 이제 개인과 학교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이고 국가적 과제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특히 교육계에는 뼈아픈 상처와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환골탈태 수준의 획기적인 변화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꾀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회사의 이윤 창출을 위해 고객의 안전은 뒷전이었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써야 할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더 큰 참사를 빚었고, 신속하게 대응하여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음에도 황금시간을 놓쳐버렸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함에도 상처를 주었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벌거벗은 대한민국’,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목격했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과 민낯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했고, 그리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음에도 부족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 하더라도, 그동안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했던 교육계도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좀 더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세월호 사고를 반추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교육적 질문을 던지고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단순히 “잊지 말자” 정도가 아니라 이제라도 학교안전 법제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성 있게 개정하여, 안전사고에 취약한 교육행정과 학교문화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고와 재난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 전반에 누적되어 온 성과주의, 형식주의 등의 폐단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하여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한두 번의 단편적인 처방을 통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 10주기, 실효성 있는 ‘학교안전법’ 개정으로 응답해야 필자가 학교안전 법제를 산업안전보건법 등 산업안전 법제와 비교·분석해 보니, 실효성과 체계성, 구체성, 이행 강제성, 예방 예산 담보 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근로자이든 학생이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진다는 비상한 각오로 안전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실효성 있는 안전 법제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고, 발 벗고 나서 적극적으로 입법 작업을 해야 한다. 어느 국가든 안전 법제 시행에 있어 가장 막중한 책임자는 정부이다. 정부가 어떤 법제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효과와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정부 안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산업안전 법제는 실효성이 높고 체계화되어 있는데, 학생을 보호하는 학교안전 법제는 실효성이 낮고 허술하다면 이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안전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특히 교육부는 더욱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산업안전 법제 못지않게 학교안전 법제 내용을 내실 있게 강화하여, 최소한 학교안전사고 비율이 산업재해 비율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아니 선진국 수준으로 줄어들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올해 22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한다. 22대 국회는 제발 세월호 아픔에 응답한다는 차원에서 부디 실효성 있는 「학교안전법」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안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에 내실 있는 ‘학교안전법’ 개정 및 학교안전 전문기관인 ‘학교안전공단’ 신설을 통해 ‘더욱 안전한 학교’, ‘더욱 안전한 사회’,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 단계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필자의 논문,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제 연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김형태 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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