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우와 수해 현장을 돌아보며...
  • 입력날짜 2022-09-02 15:41:26
    • 기사보내기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이번 여름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낳았다. 2020년 52일간의 이례적인 최장 장마, 2021년 30도가 넘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열돔 현상이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은 우리의 삶을 긴장시킨다.

영등포구는 대부분이 지대가 낮고 하천이 많은 지역으로,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었다. 2006년 폭우로 안양천 둑이 무너지며 양평 1‧2동을 비롯해 주택가가 물바다가 됐던 피해사례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듯이 도림천과 안양천이 인접해 있는 영등포구는 장마 기간 잦은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기록적인 폭우로 도림천이 범람하고 하수가 역류하면서 반지하 세대가 많은 대림동과 신길동의 침수 피해가 컸다.

이례적인 강수량을 기록한 이번 수해는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에게 그 피해가 더 심하게 다가왔다. 영등포에서 반지하‧지하 세대가 많은 신길동‧대림동이 물에 잠기며 이들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모든 재산이 폭우로 쓸려 내려갈 정도의 피해는 오로지 어렵게 생계를 살아가는 소외계층의 몫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지하층을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건축법 개정 등을 통해 반지하 일몰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볕이 잘 안 들고 습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 생계가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반지하 주택은 서울시 내에서 가장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서울에서 살 방법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꼭 필요한 공간이다.

향후 20년 안에 반지하 주택을 모두 없애고, 지상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가구에 2년간 월 20만원의 주거비를 지급해 준다는 발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얼마만큼 반지하 거주자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발표한 대책인지 의문이다. 서울에서는 월 20만원의 거주비를 지원받아 1층 이상의 전세나 월세로 거주할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주민들을 이전시키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오히려 이들을 내모는 것이 아닌지, 이것이 과연 최선의 대안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배수시설을 강화하고 대규모 지하 빗물 저장소 건설 대안을 통해 침수를 막는 것이 더 근본적인 개선이 될 것이다. 2006년 안양천 범람으로 큰 피해가 있던 양평 1‧2동에는 이후 대대적인 하수관거 개량과 양평1유수지 CSOs 저류조 운영으로 46,000㎥의 빗물을 감당할 수 있는 저류조 시설을 갖췄다. CSOs 저류조 설치사업의 경우, 2014년부터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2016년 착공, 2019년 말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조성되었다. 이렇게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온 결과 양평동은 이번 폭우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물론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오랜 기간 걸린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지속적인 하수관거 교체와 저류조 확충 등으로 배수를 원활하게 해 비가 오더라도 침수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배수시설의 개선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 구민 모두가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반지하 멸실 대책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또한, 매년 장마 기간에는 도림천, 안양천이 자주 범람해, 구민들의 피해가 우려되어 이 기간 하천은 주요 순찰 대상이 된다. 하천은 물이 고여 있고 유속이 낮아 퇴적물이 쌓여 수로의 통수단면이 좁아지기 쉽고, 이는 곧 배수를 방해해 비가 오면 넘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을 인접하고 있는 자치단체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매년 장마철 대비 대대적인 합동 하천 준설 작업을 하여 수해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상기후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질수록 이런 이례적인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더 강한 강수량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동성이 큰 기후로 변화됨을 염두에 두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영등포구의회에서도 재난 대응의 대비책 마련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재난 대비할 사업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예산 배정에 힘쓰는 등 구민들의 안전 보장에 촉각을 세울 것이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구민 모두가 행복한 영등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영등포구의회 의장 정선희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