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민-특별기고]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명령, 국회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지 말기 바란다.
  • 입력날짜 2019-08-30 11:08:19
    • 기사보내기 
법위에 군림하는 자유한국당
지난 4월말에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지정, 이른바 패스트트랙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른 당 의원이 회의장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감금하거나 국회의안과를 점거하고 법안 접수를 못하도록 서류를 빼앗고 팩스를 파손하는 등 온갖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였다. 이 모든 것은 자유한국당이 치밀한 준비 하에 주도하였으며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어기고 20대 국회를 국민들에게 지탄받던 과거 시절로 되돌려버린 막가파식 시도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니 그때로부터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바로 법위에 군림하는 자유한국당의 몽니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주체로서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할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법을 무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당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현재 경찰의 거듭된 출석요구를 무시한 채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인 다른 당 의원들을 폭행 혐의로 고소를 해놓고도 고발자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자. 만약 우리 중에 누가 경찰의 거듭된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어떻게 될까? 체포되고 말 것이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마비됐던 국회가 국회 정상화를 명분으로 교섭단체 3당이 국회정상화 합의를 하면서 받은 것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2개월 연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정개특위 활동시한이 오늘(8월 23일) 기준 10여일 남은 시점까지 정개특위가 한 일이 무엇인가?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한 것 하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해서 정개특위를 연장했으며 무엇을 위해서 위원장 교체에 목을 맸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선거제도는 합의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과 ‘국회정상화 조건으로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를 합의했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수용해서 심상정 위원장이 물러나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홍영표 위원장으로 교체를 했으면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지난 50여 일간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정치개혁의 소임을 다하기 위한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정개특위는 제1소위원장 교체 문제로 자유한국당과 밀고 당기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시한 내에 정개특위 차원에서 선거제도개혁안을 의결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가 무엇인가? 문제는 가장 첨예하고 뜨겁게 부딪히는 곳에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치개혁과 사업개혁 과제이고 그중에서도 으뜸은 정치개혁과제이다. 지난 역사에서 그 어떤 과제도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면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이 성공해야만 사법개혁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개혁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3년 전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린 촛불혁명은 정치개혁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그것은 촛불시민들의 열망이 촛불이 탄핵한 국회의 적폐세력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촛불의 열망을 제도화 하려면, 촛불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로 그 답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제도는 정치개혁의 마지막 기회

여야4당이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도는 정치개혁의 마지막 기회이다. 이는 87년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정치개혁의 호기이며, 만약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다시는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직시하고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정치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제대로 매듭짓고 결실을 내와야 한다.

이제 극단적 대결과 소모적 분열의 낡은 정치시대를 마감하고, 대화와 비전으로 경쟁하는 다원적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의 승자독식 기득권 독점정치를 끝내고 국민의 개개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닮은 국회를 만드는 것이고, 5060대 남성, 엘리트가 지배하는 국회가 아니라 청년과 여성, 그리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개혁을 결단해야 한다

누가 정치개혁을 방해하고 있는가? 자유한국당은 지금까지 정치개혁 논의에 협조한 적이 없다. 한 번도 자신의 대안을 내놓지 않았고 오히려 비례대표제 폐지라는 위헌적인 개악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정개특위 연장시한이 다가오는 지금 청문회 정국과 연계해서 또다시 장외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무조건 선거제도개혁을 좌초시키겠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누가 결단을 해야 하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더불어민주당이다. 집권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으로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권한과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개특위에서 어떠한 논의도 할 생각이 없는 자유한국당의 눈치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개혁을 결단하고 8월내에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개혁안을 의결 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법 개정을 연내에 마무리하고 내년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가 정치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 버린다면 국민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정재민 (정의당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