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 여고생의 작은 꿈이 이룬 큰 사랑
  • 입력날짜 2015-09-14 16: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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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추천 인터뷰3 - 조순단 영등포 효천회 회장
20년 전‘하늘과 땅’ 섬기듯 어른 공경으로 시작한 ‘효천회’
현재는 영등포 넘어 도움 필요한 곳 어디듯 달려가 봉사 활동
2014년 8월 31일 당진 ‘실버하우스’로 봉사활동을 간 조순단 회장과 회원들이 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효’자를 들고 있는 사람이 조순단 회장.
2014년 8월 31일 당진 ‘실버하우스’로 봉사활동을 간 조순단 회장과 회원들이 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효’자를 들고 있는 사람이 조순단 회장.
고아원과 함께 있었던 여고시절 어르신, 고아 함께 아우르는 시설 만들겠다는 꿈 키워
파르스름한 목덜미를 살짝 덮은 단발머리의 앳된 여고생이 있었다.
그녀가 다니던 여고는 고아원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도 바로 고아원에서 쓸쓸하고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여고생 조순단(영등포구 효천<孝天>회 회장, 56세)은 밝지만 순간 순간 그늘진 친구를 보면서 어른이 되면 쓸쓸한 어르신들과 고아들이 함께 의지하고 사랑을 나누는 그런 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조순단 회장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막 넘긴 30살 조금 넘어서 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육영재단 안전어머니회를 시작으로 영동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등에서 회장을 역임한 것은 물론 영등포경찰서 녹색어머니연합회, 영등포구녹색어머니연합회 초대회장을 지냈고 당산중학교 어머니 봉사대 초대회장, 영등포3동 부녀회장 등 영등포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의 교통안전과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올해로 20년 된 효천회의 창단멤버이면서 18년간 회장 재임
효천회(孝天會)는 지난 1996년 영등포구 초대 구의원을 지낸 정준탁 회장이 처음 만든 봉사단체다.
지난해 고인이 된 정준탁 회장을 조순단 회장은 물론 회원들 모두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 뜻을 따르고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효천(孝天)은 ‘어르신 공경하는 것을 하늘처럼 하자’는 의미로 ‘나는 예절을 소중히 하며 아버지 공경하기를 하늘과 같이 모시고 어머니 공경하기를 땅과 같이 가까이 섬기어 자손의 도리를 다한다’는 등 5개항의 효천회 효도강령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영등포 3동에 사는 맏아들 맏며느리, 장녀에게만 회원 자격이 있었지만 조순단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영등포 전체로 지역도 넓히고 효천회의 뜻과 활동에 함께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모두에게 단체의 문을 활짝 열었다.

시설 방문 봉사, 독거 어르신 생활비 지원, 17년간 해마다 경로잔치 개최
효천회는 85명의 회원들이 매월 1만원 씩 내는 회비로만 운영하고 있다. 흔한 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매월 여섯 분의 독거 어르신에게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고 어린이부터 청년층까지 지체장애, 정신지체를 가진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광명 사랑의 집’과 어려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는 당진 ‘실버하우스’에 매년 찾아가 직접 가져간 식재료로 돈까스, 불고기 같은 별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 구석구석 깔끔하게 청소까지 해주고 돌아온다.

또한 올해로 17회를 맞은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해요 경로잔치’도 회원들이 모은 회비만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순단 회장은 “광명 사랑의 집은 20여년 전 천막에서 운영할 때부터 다녔고 당진 실버하우스는 효천회에 가입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봉사를 다녔던 곳인데 회원들이 함께 가보고 시설의 진정성에 감동해 현재는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점심식사 뿐만 아니라 작은 정성이지만 그곳에 계신 분들이 기뻐하실 만한 물품들도 준비해서 나눠드리고 온다”고 밝혔다.

시부모님, 친정어머님 오랜 병간호에 세월과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져 버린 연골
조순단 회장은 현재 병원에 누워있다. 시부모님과 친정어머님을 번갈아 가며 30 여년 간 병간호를 한 탓에 망가지다 못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져 버린 연골 수술을 최근 받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실행해 옮기는 사람은 드물기에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한다”면서 “20년 가까운 오랜 시간을 묵묵히 함께 해준 효천회 회원들과 또 가정과 효천회 활동을 지켜준 남편에게 사랑하고 항상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한부모 가정이나 부모아 없는 아이들을 위한 대리 어머니, 독거 어르신을 위한 대리 며느리 봉사도 나갔었는데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따뜻한 어머니와 며느리의 사랑을 느끼게 해드린 것 같아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텃밭 빼앗겨 회원들이 직접 재배해 5백 포기 이상 만들던 김장 올해는 막막한 상황
효천회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봉사단체다.
이런 효천회에 올해는 큰 걸림돌이 생겼다.

지난해까지 회원들이 소외계층 어르신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던 양화 텃밭을 빼앗긴 것이다.
그동안 효천회는 이곳에서 재배한 배추 등으로 매년 500포기 이상 김장을 만들어 독거어르신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영등포구 소외 계층들에게 직접 전달했었다.

조순단 회장은 “또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올해는 김장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많다”면서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셨던 영등포구의 여러 기관들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어렵게 말을 꺼냈다.

한편 효천회는 영등포구가 주관해 지난 2013년 만들어진 “아름다운 동행” 나눔이웃에도 참가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 나눔이웃은 “영등포의 어려운 이웃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함께 사는 이웃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로 효천회를 비롯해 코레일유통 등 5개 단체와 영등포구자원봉사센터, 영등포마을공동체네트워크, 한국조리사관학교가 협약을 맺어, 관이 미처 발견해 내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까지 복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조순단 회장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봉사활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금도 병실에서 내 옆을 지키고 있는 남편이 없었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이라면서 “효천회 회원들의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가족 모두 효천회를 오늘에 이르게 한 일등 공신” 이라고 말을 맺었다.

효천회는 지금도 영등포구를 보다 함께 잘사는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영등포구민들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민추천 인터뷰는 오현숙 영등포시대 홍보이사가 추천해 진행했다.
강현주 기자

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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