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속에서 일어난 '망령' 산 '재인-철수' 쫒아내다 거두절미하고 2012년 12월 19일 대선은 망령, 망신, 망국이란 삼망(三亡)이 든 선거였다. 먼저 망령(亡靈)이 든 선거였다. ‘망령’이란 ‘죽은 자의 영’이란 뜻이다. 치매 환자를 두고 ‘망령들었다’고 한다. ‘망령’을 한자로 ‘亡靈’과 ‘妄靈’ 두 가지로 쓴다. 전자는 ‘죽은 자들의 영’이란 뜻이고, 후자는 ‘건망증’(健忘症), 즉 치매든 정신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덤속에서 일어난 망령, 산 '재인-철수' 쫒아 내다. 그런 뜻에서 이번 선거는 망령의 두 가지 의미가 다 있는 선거였다. 먼저 죽은 망자들이 투표한 망령(亡靈)들의 선거였다. 과정 신학자 화이트헤드는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 축적이 되는데 이를 ‘객관적 불멸’(objective immortality)라고 했다. 민족종교의 지도자 강증산은 하늘에서 죽은 영(靈)들이 먼저 결정하고 난 결과가 땅의 산 세상에서 일어 벌어지도록 한다고 했다. 일종의 객관적 불멸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 대선에 나가 투표한 망령들은 누구인가.
먼저, 관동군 장교에 의하여 만주벌에서 죽은 애국열사들의 망령들이 투표를 한 선거였다. 여순반란사건 때에 한 변절자에 의하여 처형당한 자들의 망령들이 투표한 선거였다. 보도연맹사건으로 억울하게, 너무나도 억울하게 죽은 영들이 투표한 선거였다. 대략 20년 간격으로 망령들은 양산되었다. 다음은, 독재자의 손에 무참히 억울하게 처형당하고 사형당한 인혁당 그리고 민족일보 조용수의 영들이 투표한 선거였다. YH사건으로 못 다 꽃 피우다 죽은 한 여직공의 망령이 투표한 선거였다. 망령들의 행렬은 투표장에 그대로 이어져 광주에서 자기 나라 군인들의 총검술 연습에 희생된 영들이 투표한 선거였다. 용산참사 때 죽은 영들과 쌍룡차 등 뭇 산업 현장에서 무참하게 처참하게 죽은 한 맺힌 영들이 투표한 선거였다. 이들 영들은 객관적 불멸의 원리에 의해 죽지 않고 우리와 함께 지금 살아 있는 것이다. 안중근도 죽지 않았고 윤봉길도 죽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객관적 불멸에 의하여 ‘산자들의 영’인 것이다. 그러면 이들 산자의 영들은 누구에게 찬성 투표를 하였는가. 문재인과 다른 한 후보 지금 당선자 가운데 누구에게 이들 영들은 투표하였는가. 놀랍게도 독재자의 딸에게 찬성 표를 던졌다. 이상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상할 것 없다. 우리 민족의 한(恨)은 항상 일단 긍정으로 승화되어 그것을 부정으로 파멸시키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한 맺힌 영들은 한을 풀기 위해 한 맺히게 한 대상을 잘 먹이고 잘 재우게 한다. 그래야 악령이 완전히 퇴출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방법이 아니면 서양의 햄릿 같이 복수의 복수와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렇게 뭇 산자의 영들이 그녀를 당선시켜 영광(?)을 누리게 하였다. 그 다음은? 역사는 스스로 심판하는 법이다. 그래야 완전한 심판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자인 그는 앞으로 역사의 산 심판을 받는 시간만 남아 있을 뿐이란 말이다. 어느 하나 자기 말에 자기가 걸리는 자가당착적인 것에 걸리지 않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자기 말에 자기가 멱살 잡히지 않고는 국정을 한 순간도 운영해 나가지 못할 것이다. 우선 그렇게도 강하게 주장했던 ‘국민통합’의 원칙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정원과 경찰이 나꼼수에 보복의 칼을 내대는 것을 보아라. 이것이 국민통합인가? 이번 선거는 망신(亡身) 든 선거였다. 산자들의 영들은 이 국민들이 망신 들게 할 것이다. 세계 언론들은 거의 모두 ‘독재자 딸’로 당선자를 보도하고 있다. 망신 가운데 국제적 망신이었다. 더 이상의 망신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절반 이상이 독재자의 딸을 선택했으니 이 국민들은 들쥐같이 독재자에 대한 향수에 젖어 사는 인간 군상들의 집결처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나아가 독재에 대한 향수는 강대국에 의존해 살기를 바라는 사대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아마도 얼굴 들고 돌아다니지 못할 것이다. 돈 있는 자들이 세계 여행을 더 많이 할 터이니 가는 곳마다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다. 점술학에 ‘망신살’이란 게 있다. 살가운데 가장 수치스런 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기 몸을 자기가 망치는 것이 망신살이라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국내 안에서는 희희낙락 할지 몰라도 외국의 어느 공항에 내리자마자 독재자를 다시 선택한 저열한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망신을 당하고 수치스러운 줄 모르는 바로 그것이 바로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첫 징조는 그 나라 국민들이 망령 들어 망신살이 끼는 것이다. 이 나라 보수 수구 세력들은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는 때부터 기원했다. 세조는 자기의 타당치 못한 권력을 새로 결집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세조의 주변에 모인 세력을 ‘훈구파’(勳舊派)라고 하며 이들의 기득권 보호가 임진왜란을 겪게 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신진 사림세력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들은 사화로 죽거나 귀향을 가고 말았다. 그러나 조선조가 다시 새롭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정조의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시파는 벽파의 저항을 견디어 내지 못했으며 정조마저 원인 모르게 일찍 죽고 말았다. 실학파들의 꿈은 좌절되고 일본 같은 근대화는 물 건너 가고 말았다. 역사의 주요한 대목마다에 이렇게 수구 보수 세력들은 독초같이 우리 역사를 좌절시키고 진보를 후퇴시키고 말았다. 419혁명을 좌초시킨 5.16쿠데타, 6.15공동선언을 물 건너 가게 한 이명박 정권, 그리고 이번 대선 결과는 모두 역사의 대목마다에 나타난 수구들의 반동이고 반란이었다. 이들의 반란이 있을 때마다 국운은 기울어지고 나라는 망하거나 시련을 겪었다. 선거 결과가 두렵지 않은가. 이번 대선 결과는 망신을 넘어 망국의 징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면 이 역사의 업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방법은 당장 없어 보인다. 국민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받은 결과가 나왔다는 이 부담을 어떻게 넘어 설 것인가. 그러나 있다. 산 자의 영(靈)들이 객관적 불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고민은 1970년대 말 서슬 시퍼렇던 유신정권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의 고민과 하나 달라 보이지 않는 고민이다. 그러나 보라. 1979년 10월 26일 밤 유신은 끝나고 말았다. 역사에는 산 망령들이 있고 역사는 객관적으로 불멸하기 때문이다. 역사의 한은 스스로 풀어나간다. ‘아침 이슬’을 다시 부르고 곡마저 잊어버릴 뻔한 ‘산자여 따르라’에 다시 목청 높여야 할 것 같다. <자주민보>에도 실렸습니다.
김상일 전 한신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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