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관계자는 국익을 위해 외교적 단어 정교하게 사용해야!
  • 입력날짜 2023-04-26 08:15:30
    • 기사보내기 
러시아 정부가 보낸 경고, 빈말로 받아들이면 안 돼!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언론에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표를 들여다보다 ‘4.27 선언’을 검색했다. 4월 27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지 5년 되는 날이다. 2018년 판문점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발표한 선언이라 ‘판문점 선언’ 또는 ‘4.27 선언’이라 부른다.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불가침과 군축, 종전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 공동 노력을 약속한 선언문이 발표되는 순간 ‘이제 전쟁 위협은 사라지고 이렇게 평화가 오는구나!’ 생각했다. 그 기대와 설렘이 5년 만에 꿈처럼 아득해질 줄은 몰랐다.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밝혀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허락 없이 아무 일도 못 한다”고 발언했다. 바로 이어 10월에 제안된 한미 실무단(실무협의체)이 11월에 출범한 뒤 남북 정부 간 합의는 전혀 진행된 것이 없다.
그렇게 5년여 시간이 흘러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우리나라가 북한, 중국, 러시아와 붙어있는 아시아 대륙의 반도 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라의 평화와 국민의 생존을 먼발치에 두고 소위 동맹을 넘어 혈맹이라 부르는 태평양 건너 미국이 원하는 것을 눈치껏 먼저 나서 해결해주는 것을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해 보기도 했다.
‘설마’라는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쏟아지는 말의 본질을 해석해보려 했지만, 외교를 함에 있어 국익을 위해 정교하게 사용해야 하는 단어 선택에 관심도 책임감도 없는 태도만 드러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더욱 엄중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평화 파괴자, 전쟁 당사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월남전 이후 전쟁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 전투적 지원을 고려한 적이 있었던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이 평화 정착과 재건을 도울 목적이었음에도 반전과 평화를 바라는 국민은 끝까지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휴전상태고 사실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전쟁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한 행위이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러시아도 북한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 것을 빈말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중국 정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중수교 공동성명 정신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한중수교 공동성명’은 1992년 8월 24일, 노태우 정부가 중국 정부와 합의해 발표한 성명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라고 되어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안보와 직결된 나라가 아닌가!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입니다”라고 강경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 휴전선을 만든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러시아나 중국의 기분이나 살피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일방에 휩쓸리는 외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국제관계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존 약속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국익이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 있는가? 우리 국민은 국익보다 동맹을 우선하며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을 부르는 행위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