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경로당을 진화시켜라!
  • 입력날짜 2023-01-17 15:52:56
    • 기사보내기 
박용찬(국민의힘영등포을) 당협위원장
박용찬(국민의힘영등포을) 당협위원장
경로당은 대한민국 최대 조직

대한민국에서 최대 조직은 단연 경로당 조직이다. 전국에 무려 65,000여 개소. 서울에만도 3,400여 곳이 포진돼 있다. 단위 조직으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규모이다. 아파트를 건축할 때 경로당을 의무적으로 건립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1991년 제정된 이후부터 경로당 수가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규모에 있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그 어떤 조직도 경로당 조직을 따라가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경로당 조직은 최대규모의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잠재력이다. 하드웨어가 최대규모라면 성장 가능성과 진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현실은 폐쇄적인 그들만의 공간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경로당은 여전히 초고령 노인들만의 폐쇄적인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 심지어 60대와 70대마저 경로당을 회피하고 그래서 경로당은 80대 이상 초고령자들의 전유물로 쇠락해가고 있다. 하드웨어와는 정반대로 소프트웨어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로당이 TV 시청이나 바둑과 장기를 두는 회원제 중심의 폐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도 배울 것도 구경거리도 없는 그렇고 그런 곳으로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건만 경로당의 변화는 느리고 더디기만 하다.

새로운 변화의 조짐

이처럼 오랜 세월 멈춰 선 경로당의 시계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경로당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림3동 원지공원 한편에 있는 원지경로당. 지난 2021년 7월, 1층 경로당을 2층으로 증축한 데 이어 엘리베이터까지 추가로 설치했다. 2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니 노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증축된 2층에는 운동장처럼 넓은 다목적실을 호텔급 수준으로 꾸며 놓았고 덕분에 요가와 화분제작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해졌다. 내친김에 신형 PC와 프로젝션 장비를 구축해 놓았더니 원지경로당의 영화감상은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50명에 불과하던 회원들은 이제 70명으로 40%나 늘어났다. 찾고 싶은 경로당, 가고 싶은 경로당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경로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원지경로당 정정태 회장의 깊은 안목과 강력한 집념이 일궈낸 쾌거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신길1동에 위치한 창신경로당에 크나큰 낭보가 날아들었다. 창신경로당에 대한 시설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특별교부금으로 10억 원을 배정한 것이다. 경로당 한 곳에 1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경로당을 확 바꿔보자는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가 27년 된 낡은 창신경로당을 대상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것이다. 이 같은 서울시의 구상에 따라 영등포구청은 창신경로당을 노인들만을 위한 경로당이 아니라 세대 간 가교역할을 하는 이른바 ‘커뮤니티형 경로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시설과 콘텐츠 개선을 위한 설계용역에 착수한 상태이다.

늘어나는 고독 병과 고독사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과 고독이다. 지독한 고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름 모를 병마에 시달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가 이처럼 가슴 아픈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 형태로 사망한 사람은 2019년 총 2,536명으로 2016년의 1,820명보다 무려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노인가구의 폭증과 함께 세상의 각박함이 날로 가중되는 만큼 이 같은 고독사는 훨씬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현대의 불치병이라 할 수 있는 고독 병과 고독사를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이것은 현대사회 노인 정책의 핵심적 과제이자 국정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노인 정책의 무게 중심을 경로당으로

현실적인 대안은 경로당이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경로당의 최대 장점은 말벗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점 그리고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로당을 업그레이드 진화시키면 자연스레 경로당을 많이 찾을 것이고 거기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고독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과감한 투자로 경로당을 진화시켜 대한민국의 어르신들을 노년의 고독함에서 탈출시키자. 이에 따라 노인 정책의 무게 중심은 노인 개개인에 대한 무차별 현금 살포 방식에서 벗어나 경로당으로 이동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

생각을 바꾸면 해답이 나온다. 경로당을 진화시키는 방법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막대한 예산에 의탁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경로당의 폐쇄형 회원제 운영방식을 열린 공간 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방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송파구는 지난 2015년부터 개방형으로 탈바꿈했고 프랑스는 경로당에 보드게임과 닌텐도 게임기를 설치해 노인과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는 ‘게임도서관’을 가동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건강 백세 운동 교실’의 주요 무대를 경로당으로 옮기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고독 병과 고독사를 예방함과 동시에 노인 질병 감소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와 함께 ‘1사1 경로당’ 자매결연 방식도 괜찮은 아이디어이다. ‘1사 1촌’ 운동과 비슷한 형태로서 기업은 경로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효자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이 동기부여로 작동될 것이다.

없는 걸 새로 만들자는 것도 아니며 막대한 돈을 쓰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 곁에 있는 것을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인 정책의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조직 경로당이 노인 정책의 게임체인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신년 인사

유쾌한 소통으로 만사형통합시다!

따지고 보면 새해가 됐다고 해서 실제 달라진 것은 별다른 것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들의 마음가짐.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새롭게 다져 보는 마음가짐 그것은 화끈하게 소통해보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절감하는 것은 세상만사 대부분의 일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서 함께 의논하고 역지사지 동지적 공감을 형성할 때 만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술술 풀린다는 것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라는 경구가 갈수록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고 같이 함께 가려면 소통이 필수적인 덕목이다. 소통 없이 함께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통에 성공하면 만사형통이요 소통에 실패하면 만사 불통이다. 그만큼 소통은 우리 인생에 있어 무척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소통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소통은 상당한 훈련과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는 소통이란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새해 벽두 마음가짐 소통에 대한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박용찬(국민의힘영등포을) 당협위원장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