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를 걷어내고 밝아지는 영등포
  • 입력날짜 2022-09-01 14: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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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국회부의장
김영주 국회부의장
8월 둘째 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강우량 141.5mm라는 거대한 물 폭탄에 영등포 신길·대림·문래동 일대 수백 가구의 주택이 침수됐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115년 만에 내린 폭우가 남긴 가장 큰 상처는 역시 사람을 잃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영등포에서는 안전사고나 침수 피해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지만, 이웃 동네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참사에 우리는 함께 울어야만 했습니다. 반지하 집 안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피하지 못하고 숨진 발달장애인 일가족의 비극을 듣고 수많은 시민이 슬픔을 넘어 미안함으로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재난은 가장 취약한 곳을 가장 먼저 파고듭니다. 그 잔인함에 더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반성과 책임은 온전히 정치의 몫이어야 합니다. 더 이상 재난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특히, 가난과 불평등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는 비참한 세상만큼은 서둘러 바꿔야 합니다. 국회가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한동안 계속된 큰비가 잠시 잠잠해질 즈음, 영등포 구석구석을 돌아봤습니다. 피해 현장의 참담함을 제 눈으로 확인했기에 정부를 향해 복구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들어갔습니다. 저는 물론 영등포구 구의원님들도 함께 나서 피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8월 22일, 정부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영등포구와 관악구 전 지역을 재난 특별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당한 주민 모두가 하루라도 빨리 집과 가게,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영등포갑 국회의원이자 국회부의장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영등포는 수마(水魔)가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만큼이나 또 다른 그림자를 제거하는 작업에 한창입니다. 무려 30년간이나 양평동과 당산동 일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선유고가를 철거하는 일입니다.

선유고가 철거는 영등포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고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2015년부터 철거 필요성에 대해 서울시를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2016년 서울시로부터 철거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초에 드디어 철거작업이 착수됐고, 다가오는 12월이면 철거작업이 약 90%에 이르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듭니다.

참으로 긴 시간 도시 미관을 해치고 지역 간 단절 문제를 초래했던 선유고가가 곧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집니다. 선유고가의 낡은 외관과 그림자로 인해 늘 어둡고 칙칙했던 공간은 이제 주민들께서 쾌적하게 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영등포가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최고의 주거 도시로 우뚝 서는 날도 결코 머지않았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지난 8개월간 안전사고 없이 무탈하게 철거작업에 임해주신 현장 노동자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영등포를 환하게 밝혀준 여러분의 땀과 정성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 철거작업으로 인한 도로 통제로 불편을 겪으시면서도 매번 너그러이 양해해주신 시민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도림고가와 영등포역 고가가 남았습니다. 두 곳은 지금 철거 결정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주민들의 뜻과 바람대로 영등포가 더 밝고 쾌적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향후 진행되는 절차나 일정도 소상히 보고드리겠습니다.

영등포 시대를 활짝 여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뛰겠습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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