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신경제 명품 도시 영등포를 위해 씨 뿌릴 때
  • 입력날짜 2023-01-24 16: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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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권(영등포구청장)
▲최호권(영등포구청장)
중국 극동 지방에 모소 대나무라는 식물이 있다. 이 대나무는 씨앗이 뿌려진 후 수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루에 수십 센티미터씩 자라나 몇 주 만에 울창한 숲을 이룬다고 한다. 겉모습만 보면 모소 대나무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모소 대나무가 폭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두운 흙 속에서 수년간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장 또한 모소 대나무처럼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한다. 올해는 모소 대나무를 키우는 농부의 심정으로 영등포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겠다. 단기 성과와 인기에 집착하다 보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예산과 행정력 등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실속 없이 포장만 그럴듯한 결과물에 급급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행정을 펼치겠다.

먼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동안 영등포구의 주거환경 정책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비율은 서울 자치구 중 1위이며, 노후‧불량 주택 비율도 약 79%에 이른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는 안전사고 백서를 만들면서까지 신속한 재건축을 호소했다. 대림동과 신길동의 노후 주택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새 정부 들어 각종 규제가 완화되며 도시정비 사업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을 가로막던 요소 중 하나인 높이 제한이 완화됐고, 일부 단지의 정비계획안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등 탄력이 붙었다. 노후 주택 밀집 지역도 속속 모아타운과 신통기획 대상으로 지정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됐다.

바야흐로 영등포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호기가 찾아온 것.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싶은 주민들의 열망을 하루빨리 이룰 수 있도록 구정 역량을 모으겠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도시 정비 업무를 통합하여 전담 부서를 신설해 기획 능력을 대폭 높임으로써 더 많은 주민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찾아가는 재개발‧재건축 상담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 관련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퇴직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재개발․재건축 현장 상담센터도 문을 열 계획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구민들의 재개발‧재건축 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를 높이고, 투기꾼의 유입을 차단해 속도감 있는 도시정비 사업을 지원하겠다.

다음으로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인식되어 온 준공업지역을 4차 산업 시대 미래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시켜 지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디딤돌로 삼겠다.

영등포구는 준공업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영등포의 발전을 이끌었던 2차 산업은 매연과 소음, 분진 등의 이유로 도시화 이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 대전환의 시기에 도심 속 준공업지역을 잘 활용한다면 직주근접의 최적지로 영등포가 다시 한번 도약할 든든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과감한 규제 개혁과 지방세 감면 등을 추진하고, 디지털 혁신 지원을 통해 미래형 스마트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앞당겨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아울러 1900년대 초 개통된 경부선 철도로 인해 둘로 나뉘어졌던 영등포가 하나의 영등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심 철도 지하화 사업도 철저히 준비하겠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도심 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금년도 6월까지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을 밝혔다. 도심 철도 지하화는 또한 현 정부와 서울시의 공약이기도 해서 우리 영등포가 하나의 영등포로 합쳐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철도 지하화는 단절된 지역 간 연계 기능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한강 여의도부터 영등포역을 지나 신도림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미래 성장축의 등장을 의미한다. 청계천 고가 철거와 하천 복원 시 주변 지역 개발 청사진을 함께 준비했듯 지하화 이후 지상 가용지에 대한 개발 방안을 마련해 정부 기관과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

끝으로 영등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 과학과 기술 수준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최근 양질의 일자리도 대부분 과학과 관련된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과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서남권 시립과학관과 유아 과학 놀이터인 서울상상나라를 유치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이고 일반 성인들까지 자연스럽게 AI, IoT, 빅데이터, 항공 우주, 메타버스 등 미래 산업을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칭) 영등포 미래교육재단을 설립하여 영등포구의 교육 지원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체계적인 과학교육 인프라 조성을 지원하고, 장학사업 기능을 강화하며, 교육 소외 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

필자는 공직의 첫 발을 영등포구에서 내디뎠으며, 자식들도 모두 영등포에서 자랐다. 영등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의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구정을 펼치겠다. 올해는 영등포가 일자리와 주거‧문화‧녹지가 어우러진 서남권 신경제 명품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씨를 뿌리겠다.
신년 인사

공익의 대변자로서, 오직 구민만 바라보는 구정을 펼칠 것

존경하는 38만 구민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뒤로하고 희망찬 계묘년(癸卯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세계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115년 만의 집중 호우를 비롯한 사건과 사고는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마음으로 모아주신 주민들의 영등포에 대한 따뜻한 사랑은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새해에도 38만 구민과 함께 늘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구민에게 더욱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구정을 이끌겠습니다.

공익의 대변자로서 구민만 바라보며 더 나은 영등포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영등포가 일자리와 주거‧문화‧녹지가 어우러지고 과학과 산업이 융합된 미래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3년에도 희망‧행복‧미래도시 영등포를 만들기 위해 직원 모두와 함께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구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최호권(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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