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라차차 영등포!...수해 대처 이야기
  • 입력날짜 2022-09-02 15: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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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과 9일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호우로 영등포구에도 395㎜의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110㎜의 집중 호우가 내려 도로가 물에 잠기고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많은 주민이 물을 퍼내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구청 역시 8일 밤 10시를 기해 풍수해 비상근무를 3단계로 높이고 대응에 들어갔다. 빗물 펌프장에서는 최대 출력으로 쉴 새 없이 빗물을 하천으로 밀어냈다. 구청과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양수기를 들고 뛰어다니며 주택의 물을 퍼내고 막힌 빗물받이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대림동, 신길동, 도림동, 문래동 지역을 밤새도록 찾아다니며 응급조치 및 지원 지시를 내렸다.

이튿날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대림동과 신길동, 문래동 일대의 피해가 막심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에서는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지하 주택에는 미처 퍼내지 못한 물이 가득했고 골목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었다.

이재민을 위한 임시 대피소를 설치하고, 침수 피해가 거의 없었던 양평동, 당산동 지역의 양수기를 침수 지역으로 재배치할 것을 지시하는 등 본격적인 복구에 나섰다. 신속한 복구를 위해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16일까지 수해 쓰레기 1,120톤의 수거를 마쳤다.

복구 지원과 함께 피해 현황에 대한 집계도 서둘러야 했다. 피해 접수와 사실 확인이 끝나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부서 직원들이 연휴도 반납한 채 피해 현황 조사에 매달렸다. 서울시청에서도 사무관 120여 명이 지원을 나왔다. 구정 역량을 집중한 덕분에 빠르게 조사를 마칠 수 있었고, 영등포구는 인근 자치구보다 우선적으로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특별재난지역 지정된 덕분에 민간시설과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의 50∼80%가 국비로 전환돼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한 피해 주민에 대해서는 국세 납부 유예, 지방세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도 건강보험 감면, 전기·통신·도시가스 요금 감면 등 12가지 혜택이 추가로 제공될 예정이다. 아울러 추석 전까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총 11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확보된 영등포구 예비비 60억 원 이외에 부족한 50억 원은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요청하여 우선적으로 배정받아왔다.

영등포의 어려움을 보고 52사단 군 장병들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1,200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이웃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온몸으로 도왔다. 인근 자치구에서도 지원이 이어졌다. 강서구청은 양수기 43대와 쓰레기 운반 차량 9대를 지원했다.

이어서 서울지방병무청을 비롯해 마포구청, 양천구청, 광진구청, 중랑구청, 은평구청이 영등포를 돕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지원했다. 지역 독지가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영등포구 계좌와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4억 원 상당의 성금과 물품이 접수됐다.

특히 이번 호우는 많은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경찰서와 소방서, 구청은 물론 주민들이 힘을 합친 덕분에 다행히 우리 영등포구에서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대림 1동에서는 동주민센터 직원과 소방관이 침수로 위급한 순간을 맞은 어르신을 구출했다. 신길 6동에서는 반지하 방의 거동이 어려운 80대 어르신을 구하기도 했다.

위 층에 살던 중학생이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밤에 수압으로 문을 열지 못하는 어르신을 어머니와 함께 유리문을 깨고 구출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이 외에도 빗물받이를 맨손으로 정비해 침수를 줄인 주민들과 시의원, 구의원들... 몸을 돌보지 않고 수해 쓰레기를 치우다 다친 주민까지 그동안 숨어있던 많은 의인이 이번 호우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구에서는 이분들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취임한 지 불과 40일 남짓 만에 맞닥뜨린 6천 세대, 1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규모 재난. ‘공무원은 공공의 안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평소 신념에 따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위기에 처한 구민들을 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피해를 본 구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신속한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나는 영등포구가 수해를 딛고 우뚝 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맨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영등포. 위험한 순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의인들이 사는 영등포.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따뜻함이 넘치는 영등포. 다시 뛰는 영등포를 위해 오늘도 신발 끈을 조여 맨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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