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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요새화한 뒤 골몰한 것은 국가 발전
지난 9월 21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터지면서 국군 장병 3명이 발목이 절단되는 등 중경상 입은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북한은 지뢰 매설 작업을 중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최전방 접경지에 장사정포를 배치하고 대남확성기를 정비하는 등 국경 요새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은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2024년부터 북한이 국경 요새화 작업의 일환으로 매설한 지뢰가 DMZ 일대에만 96만발이다.
북한이 남측으로부터 경고사격 받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MDL 침범해 지뢰 매설하고 국경 요새화 작업에 매진하는 것에서, 특히 “국경은 분명히 가로막혀 있고 점점 요새화돼가고 있다”는 김여정의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 시찰 발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행했던 북한의 국경 폐쇄 조치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당시 방역 시스템이 낙후한 북한에 혹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 유행해서 1990년대 300만 명 아사자를 발생시켰던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대참사가 벌어질까 싶은 극도의 공포심에 북한은 국경을 전면 폐쇄했다. 심지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혹시나 남한 공무원을 통해 코로나19가 전염될까 염려해 해상에서 총살하고 시신을 소각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에 비견될 만큼의 전투적 자세로 북한이 국경 요새화 작업에 임하고 있는데, 그 궁극 목적이 김여정에 의하면 남한과의 관계 단절과 교류 차단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것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침투하는 남한의 문화침략, 그 쓰나미로부터 북한 사회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위기의식에서 국경 요새화에 나섰다. 사실 북한 사회 젊은이들, 특히 간부급이나 상류층 자녀들 사이에 한류의 영향은 심각하고, 그리하여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만들어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체제 붕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국경 요새화 작업으로 북한을 둘러쳐 요새로 만든 후 김정은이 골몰한 것이 국가 발전, 그런데 여기 특이점이 보인다. 2024년 북한이 러시아하고 북러 군사동맹협정 맺고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할 때 필자가 “김정은이 이승만·박정희 국가 발전 그 길을 롤 모델로 잡은 것 같다”고 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안보와 국방의 기초를 마련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 파병을 통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것처럼 그 길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통치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이 무색하게 핵 무력 완성과 달리 경제 살리기는 실패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 김정은, 북한이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처진 근본 원인이 김일성·김정일 선대에서부터 내려온 자력갱생 경제체제와 남한의 개방경제체제 차이에 있음을 깨우치고서, 사실상의 남한 따라잡기에 나서며 이승만·박정희 국가 발전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대남 관계를 차단해 놓고 경제성장에 집중하며 남북경제 차이를 줄여가는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심사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무기 수출 총액은 70억~138억 달러, 파병 대가로 6억 달러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북한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가며, 이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최근 평양 거리에서 고급 승용차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런 성과는 김정은이 더욱 이승만-박정희 국가 발전 모델을 답습하도록 이끌 것이며 그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떻게 작용하고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주목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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