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 사회 약자들에겐 지옥문이 열린 검찰 개혁
  • 입력날짜 2026-09-23 08: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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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어찌하여 ‘개악’이 되고 마는가?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논어⟫ <안연(顔淵)>편에서 공자는 제자 자공이 정치에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자 ‘식병신(食兵信)’ 세 가지를 내세우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민신(民信), 곧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라면서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바로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갈파한다.
그런 믿음이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가. 특히 정치는 불신의 도가니 생지옥이 되어버렸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사언행위를 믿지 않는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 ‘X’ 계정에다 “저는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개혁이란 주장을 말 그대로 개혁이라고 믿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그 불신은 더욱 심화해 가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대통령이 펼치는, 이른바 ‘개혁’이 죄다 ‘개악’으로 되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결과론적으로 개악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개혁이라고 내세우는 것에서 마치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겼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어 안쓰럽다고 다들 얘기하기도 한다.

공자는 정명론(正名論)에서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을 이루지 못한다." 설파했는데, 눈에 사실로 와 닿지 않는 개혁은 국민을 상대로 언어유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니 이런 정명 부재의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올바로 설 수 있었겠는가. 대통령이 발언할 때마다 국민이 그 발언에서 행간의 의미를 헤아려야 한다면 그런 불신의 사회에서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대표적인 경우가 이른바 검찰 개혁이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시작해 2026년 보완수사권 폐지에까지 수년간에 걸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이룬, 이른바 검찰 개혁은, 오히려 검찰의 도움이 진정으로 필요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인 여성 아동 장애인 빈자들에게 사실상 생지옥의 문이 열리도록 하고 마무리되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그 법안을 발의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서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 씨가 해당 게시물에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강하게 반발했는데, 그것은 “보완수사권 박탈로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된다”는 우리 사회 약자들의 울분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란 핑계로 이뤄지고 있는 이 모든 작업이 혹여 대통령 본인의 사법리스크 없이하는 공소 취소-공소기각에 도달하려는 목적은 아닌가,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공동대표인 김승원 국회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픽하는 것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이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겠다(正名)”라고 했고, 제나라 경공이 제대로 된 정치와 사회에 관해 묻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논어⟫ <안연(顔淵)>편)고 말했는데, 바로 여기에서의 정명이란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대로 서는 것 곧 명분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국민이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것, 곧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위한 몸부림이 필요한 지금, 공자의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정명론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사언행위에 있어 솔선해 언행일치로 그들과 국민 사이에 불신의 벽이 사라지고 믿음이 회복될 때 가능할 것이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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