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검찰개혁, 왜 국민은 더 불안해지는가?
  • 입력날짜 2026-09-02 1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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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당협위원장
▲김영주 당협위원장
한동안 뉴스만 틀면 검찰개혁이 모든 이슈의 중심이었다. 지금까지의 검찰이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가졌고,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동시에 독점하다보니 무소불위의 힘으로 정치적 표적수사, 과잉수사 등을 해왔기에 이를 뜯어고쳐야 국민이 안전하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말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시행되며,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한다.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지만, 경찰도 오류와 권한 남용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수사는 한 번 잘못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초동수사에서 확보해야 할 CCTV는 보존기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목격자의 기억과 현장 증거도 약해진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잘못 종결될 때 다른 수사기관이 다시 들여다보는 장치는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기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나중에 문제되면 보완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안전장치를 걷어냈다. 생명과 인권이 걸린 형사사법체계를 시행해 보고 고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검찰개혁의 기준은 검찰 권한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오류와 은폐를 바로잡아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느냐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검찰의 보완수사권부터 폐지했다. 지금의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 대가를 왜 국민이 치러야 하는가.

최근 밝혀져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준 제주 장미란 씨 실종사건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의 위험을 모두에게 절감하게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A 경장은 5월 15일 접수된 실종 신고를 약 2시간 30분 만에 종결하고, 신고자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로 알렸다. 관련 자료가 시스템에서 삭제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장 씨는 8월 24일 실종 신고 장소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 경장은 60대 남성 실종 신고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이 다시 신고한 다음 날 실종자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보도는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만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의 손실이다. 인근 관제 CCTV 영상은 보존기간인 30일이 지나 6월 중순 전량 삭제된 것으로 보도됐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확보했을 단서가 사라진 뒤에야 허위 종결 의혹이 드러났다. 보완수사권은 이런 오류와 누락을 바로잡는 통제 장치였다.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수사의 빈틈을 메우는 비용과 책임이 피해자와 가족에게 넘어간다. 경찰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고 기록을 확보하려면 법률 지식이 필요해, 피해자 측은 국가가 해야 할 검증을 위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수 있다.

실종, 성폭력, 아동학대처럼 시간이 생명과 직결된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을 감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가 책임의 전가다. 경제력에 따라 변호사 도움과 구제 절차가 달라지는 제도여서는 안된다.

‘제주도 실종사건 허위종결 사건’ 외에도 경찰의 범죄축소・은폐 의혹을 받는 ‘장윤기 사건’ 등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잇달으자, 이재명 대통령은 급했는지 경찰개혁을 주문했다. 불완전한 검찰개혁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경찰의 수사권 독점의 폐해를 예방할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엉뚱한 처방을 주문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마치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고는 고양이를 다시 훈련시키겠다는 어불성설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생선에 손을 못 대도록 감시・견제할 개를 둬야 할 판국인데 대통령의 문제 인식의 수준이 답답하다.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는 모든 공권력이 틀릴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전제다.

국민이 이 개혁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속도만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된 결과를 마주한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가들의 범죄 의혹을 덮기 위해 검찰 수사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비판을 자초했다.

권력자에게 유리한 제도인지 국민에게 안전한 제도인지는 예외 없는 견제와 투명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적용될 수 있는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검찰과 경찰 어느 쪽도 사건을 독점하거나 셀프 종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면 보완수사권 폐지의 필요성과 대체 장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막 통과된 법이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고쳐야 한다. 보완수사권을 복원하든 독립적인 외부 수사검증기구를 두든, 경찰의 수사 오류와 허위 보고를 교차검증 할 장치를 즉시 마련해야 한다.

개혁은 권력을 빼앗는 일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는 질서를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허위 보고로 묻히고 가족이 뒤늦게 진실을 찾아야 했던 현실은 충분한 경고다. 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셈법을 내려놓고 형사소송법을 다시 고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장치를 회복해야 한다.

김영주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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