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청년들
지난 8월 21일 밤 경기도 부천 신중동역 앞. 한 여성 청년이 소형 마이크를 들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희가 왜 태극기를 들고 여러분 앞에 서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거리로 나온 건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겼다는 분노 때문입니다.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고 투표율이 조작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는데도 선관위와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가 실시된 지 석 달이 다 돼가는 가운데 2030 청년들의 거리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물론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청년들은 태극기와 피켓을 들고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며 직접 거리로 나와 답답함과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의혹은 해소됐는가 청년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선관위와 정부의 대응이다. 지난 6월 9일 송파구에서는 투표소 내 증거물 보전을 요청받고도 증거물로 지목된 투표상자가 폐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던 주민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됐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잇따르는 통계 조작 의혹 투표용지 문제에 이어 투표수와 득표수 등을 둘러싼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 사전투표에서 두 후보의 득표수가 동일하게 기록됐다는 이른바 ‘쌍둥이 득표수’ 의혹이 제기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은평구 불광동 일부 투표소의 시간대별 투표자 증가 수가 동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포에서는 투표소 직원이 투표수 기재 오류를 보고하자 중앙선관위 직원이 시간대별 수치를 엑셀 파일로 전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밖에도 봉인지가 훼손되거나 자물쇠가 해체된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했다는 주장, 실제 시간보다 앞서 투표자 수가 입력됐다는 이른바 ‘타임머신 투표’ 의혹, 시간대별 투표자 수와 개표 집계가 다르다는 주장 등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이고, 행정상 오류나 집계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라면 그 원인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증폭되는 국민적 불신 문제는 의혹이 반복될수록 선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이후에도 선거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7월 24일 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선관위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되는 등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생명줄인 선거가 국민으로부터 의심받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국민이 선거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엄중한 문제다. 선거 결과를 믿지 못한다면 투표에 참여할 이유 자체를 잃게 되고,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의 절규에 응답하자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수많은 청년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공정한 선거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특정 정파에 유리한 선거가 아니다. 여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민심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반영되는 정직하고 정확한 선거다. 선거에 대한 의혹을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사실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공개,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생명줄인 선거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은 특정 정당이나 세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거리로 나선 청년들의 절규에 이제는 정치권과 선관위, 사법기관과 언론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응답해야 한다.
국민의힘 영등포(을)당협위원장 박용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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