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서울의 허파 용산공원 지켜냈다!
  • 입력날짜 2026-09-01 08:16:32
    • 기사보내기 
명품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언제였던가.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로 올라가 광화문광장을 내려다보는데,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을 활기찬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외국인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만큼 이 나라가 외국인들이 찾아올 만큼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는 의미이리라.

그날 활력이 넘치는 광장을 내려다보며 자꾸만 눈시울이 젖어 들어 한동안 내려오지 못하고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지나간 반만년 역사에서 이 한반도에 그런 시기가 몇 번이나 있었던가.
통일신라시대 경주가 한창 번성했을 때 10만 채의 기와집이 있었고 집마다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천마총’ 같은 곳에서 나오는 유물에서나 향가 ‘처용가’에서 알 수 있듯 사라센 등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나라였다.

고려의 수도 개성도 그러했다. ‘쌍화점’ 같은 고려속요에서 볼 수 있듯 역시 아랍인(회회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세계 각지의 나라들과 교류가 활발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던 까닭이리라.

가난한 시절 우리들이 살길을 찾아 잘 사는 나라로 떠나갔듯이 외국인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그들이 깃들 만큼 여유로워졌다는 것의 반증이다.

마치 ‘만국박람회’라도 열리고 있는 듯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이 물밀듯이 찾아오는 서울은 ‘2025 글로벌 파워 시티 지수(GPCI)’에서 6위를 달리고 있는 국제도시로, 이미 서울은 우리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열려있는, 연륜으로도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근 700년 유구한 역사가 있는 우리 민족의 명실상부한 수도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명품도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용산공원 전체를 청년 주택 공급 부지로 검토하겠다”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망언에 국민이 기막혀하면서 용산공원을 아파트촌으로 만들려는 정부 방침에 서울 시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용산공원이야말로 남산공원과 함께 ‘서울의 허파’로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대규모 공원이다. 세계적인 명품 도시들은 예외 없이 도심 속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대규모 공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인 까닭이다. 특히 “백 년 만의 폭염” “백 년 만의 폭우” 등 이상 현상들이 맹위를 떨치는 기후 위기 상황이 목전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심각한 현실에서 도시 속 녹지 확보의 중요성은 갈수록 그 의미를 더해 가고 있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용산공원 주택공급 방안’을 사실상 보류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대체 용지 조성’ 문제를 갖고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편, 용산공원 문제로 인해 필자 역시 ‘도심 속 녹지’에 대해 새삼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2024년부터 추진하고 있다는 ‘5분 정원도시’ 정책을 모래 속의 진주처럼 재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대형 공원 몇 곳에 녹지를 집중시키기보다 가로변과 유휴지, 하천변, 주택가 등에 정원을 조성해 시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녹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인데, 천만 인구의 밀집 대도시 서울에 숨통을 틔울 수 있게 하는 좋은 정책으로 보였다.
명품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용산공원 지키기’와 함께 오히려 콘크리트로 점철 되어가며 삭막해진 서울을 살아 숨 쉬는 명품 도시로 변화시켜 가는 데에는 어쩌면 더욱 소중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때려잡자, 부동산” “몇만 가구 닥치고 공급” 식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는 부동산 대책이 아닌, 우리네 삶 속에 구체적으로 다가오며 구현되는 그런 정책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