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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화협회 출범과 ‘공화혁명’에 모두를 초대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의 이 선언을 우리는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이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형식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는 하지만, 갈등지수 세계 1위 국가라는 지표에서 드러나듯 공화국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 채 반쪽짜리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반쪽인 민주주의마저 적대적 진영정치 속에서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민주주의는 ‘다른 이’와 함께 살며 서로 윈윈하는 공존의 예술(art)이어야 한다. 그러나 여의도의 민주주의는 상대를 궤멸시키고 우리만 살아남겠다는 정치 기술만 난무하고 있다. 헌법 제1조 제1항을 무색하게 만드는 ‘반헌법 국가’로 대한민국이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민주공화국의 위기 현실을 반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7월 2일 ‘한국공화협회(韓國共和協會·Korea Republican Society)’를 창립했다. 지난해부터 1년 동안 준비해 온 결실이 비로소 맺어진 것이다. 이날 종로빌딩 14층 ‘클럽806’에는 언필칭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에서 ‘공화(共和)’를 꿈꾸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참석자들의 시선은 130년 전 한반도로 향했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망국의 위기에 놓였던 오백 년 조선왕조 말기, 선각자들과 민중은 1896년 ‘독립협회’를 창립하고 ‘만민공동회’를 통해 왕국의 신민(臣民)에서 공화 시민(市民)으로 스스로 나아갔다. 그 깨달음은 일제강점기 민주공화제를 표방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졌고, 해방 후 제헌헌법에 민주공화국임을 만방에 공표한 대한민국을 낳는 기반이 되었다. 130년 전 우리 선조들이 품었던 고뇌와 꿈, 그리고 갈망이 시대착오적인 좌우 양극단 정치와 진영 논리에 함몰돼 민주공화국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지금, 한국공화협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창립식에서 ‘왜 지금 여기서 공화주의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적 양극화와 적대적 진영정치,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포퓰리즘 중우정치와 연성독재의 위기에 처한 이 시대야말로 제2의 독립협회·만민공동회 자각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화(共和)야말로 자유와 민주를 통합하는 시대정신이다.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을 이룬 대한민국이 이제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공화혁명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진영정치가 ‘악의 꽃’처럼 피어난 여의도에도 공화주의는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국회가 대화와 숙의의 공간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악마화하고, 비판자를 토론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며 서로를 혐오하고 파괴하는 좌우 극단의 진영정치. 법치보다 진영의 이익을 앞세우고, 선출된 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하려 하며, 입법·행정 권력이 사법부의 독립을 압박하고, 다수결에 대한 맹신이 모든 독단을 정당화하는 초법적 비정상 상황 속에서 민주공화국의 토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을 궤멸시켜야 할 적(enemy)이 아니라 공존의 정치적 경쟁자인 적수(adversary)로 여기며, 합의제 민주주의를 국회에서부터 실현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리하여 헌법이 선포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장이 유명무실한 허언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한국공화협회는 ▲극단적 팬덤 정치 퇴출과 민생·숙의 중심의 의회민주주의 복원 ▲자유·법치·권력분립이라는 공화주의 헌법 질서 수호 ▲AI 시대에 맞는 시민교육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분배 시스템 연구 ▲초정파적 시민 싱크탱크를 통한 중장기 국가 비전 수립 등을 ‘상생과 협치의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국가 대혁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미완의 공화국을 완성하라!” 이는 한국공화협회 출범 결의문 머리말에 담긴 외침이다. 지금 왜 공화혁명인가. 대한민국 80년,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을 완성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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