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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경쟁과 국가의 승부수
최근 이재명 정부가 재계 총수들과 함께 발표한 ‘AI 메가프로젝트’는 이른바 ‘천조국’ 미국에서나 상상할 법한 물경 470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투자 구상이다. 이 청사진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강국들은 이구동성 한국의 향후 50년을 좌우할 국가적 미래 기획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AI 패권과 반도체 전쟁의 격랑 속으로 국가의 명운을 건 돛을 올린 셈이다.
이 막대한 프로젝트의 기저에는 다가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국가 도약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대단히 모험적인 도전이다. 아무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장밋빛 미래가 점쳐진다 해도,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특정 기업의 자본력에 기대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초거대 AI 생태계 구축에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낡은 규제 혁파 등 국가 차원의 획기적이고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필수다. 이 과정에서 치러야 할 막대한 사회적 기회비용에 대해 전 국민적 지지가 담보돼야만 흔들림 없는 추진력을 얻는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핵심은 이 프로젝트가 세계 어느 나라도 해 본 적이 없는, 국가의 총력이 투입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이라는 점이다. 4700조 원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는 단순히 우리 산업의 경제지표를 끌어올리고 특정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1차원적 경제 결실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 프로젝트는 노동과 인간관계, 사회 구조 자체를 뿌리째 뒤흔드는 '문명사적 전환'을 수반하게 된다. 이에 장밋빛 전망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지식인과 시민사회 모두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추구할 것인가'를 두고 시급히 치열한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미래 사회를 디자인할 철학적 빈곤 속에 첨단 기술만 존재한다면, 축복은커녕 소외와 양극화라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우리의 오랜 숙원인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야 한다. AI 첨단 거점이 또다시 포화 상태인 수도권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공장 부지 조성을 넘어, 혁신적 인재 양성 시스템과 우수 인력이 정주할 수 있는 주거 환경, 중증 의료시설과 문화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미래형 종합기반시스템’이 낙후된 지역 곳곳에 조성되어야 한다. 국가적 투자가 국토의 공간적 정의를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로 쓰여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우리는 이 거대한 투자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가장 민감하고도 중차대한 과제를 피할 수 없다. 국가의 막대한 예산, 행정적 인프라 지원, 그리고 전 국민의 혈세가 총동원돼 창출되는 기업의 천문학적 이익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분배 환수할 것인지의 정교한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혁신의 과실이 극소수 자본에 독점되는 맹점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가 주창해 온 ‘기본사회’의 철학이 궁극적이고 핵심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폭 대체할 시대, 눈부신 혁신의 배당이 국민 모두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토대로 환원될 때 비로소 4700조 원의 모험적 투자는 완벽한 역사적 정당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문명적 변곡점 위에 서 있다. 대한민국 AI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한 경제 부양책이나 기술 정책을 아득히 뛰어넘는, 경제적 초격차 도약과 따뜻한 사회적 연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밑그림부터 다시 그리는 중대한 작업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이 길 위에서 어떤 미래를 그려낼 것인지, 지금 당장 거국적 담론의 용광로에 불을 지필 때다. 끝으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프로젝트 유연성의 담보이다. 작금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무한히 지속되진 않을 것인데, 최근 해외 일각의 반도체 수요 정점에 곧 다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국내외의 증시가 이에 반응하고 있다. 국가투자는 신속하되 신중해야 하고 외생변수의 지속적 피드백으로 리스크 최소화를 또한 병행해야 한다. 기업은 상황에 따라 투자의 조정을 즉시 할 수 있겠으나 선행될 국가의 인프라 구축은 자칫 국가 수준의 재앙적 과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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