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없는 영등포, 통계와 현실 사이에서 더 뜨거운 동네들 [지역 언론 기후 보도 기획취재-6] 불균형한 영등포구 공원 녹지 현황과 폭염 종합대책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지난 7월 9일 오후, 지상 온도가 58도를 웃돌았다. 발밑 아스팔트는 눈으로 보기에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달궈졌고, 골목에서 만난 주민은 “낮에는 집 안에 있어도 선풍기 바람이 뜨겁다”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같은 시각 불과 2km 떨어진 여의도 아파트 단지와는 상황이 달랐다. 나무 그늘과 잔디밭이 이어진 단지 내부의 기온은 38~39도로, 무더위는 여전했지만, 문래동의 뜨거운 열기와는 결이 달랐다. 산이 없는 평지형 자치구 영등포에서 녹지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주민의 여름 체감은 이렇게 갈린다. 영등포구의 공원은 총 108개소, 면적은 3,003,008㎡다. 녹지는 414개소, 803,636㎡다. 수치상으로는 적지 않아 보이지만, 분포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원 면적의 절반 이상이 여의도동(1,755,569㎡)과 양평2동(853,868㎡)에 몰려 있다. 두 동을 합치면 구 전체 공원 면적의 86.9%에 해당한다. 반면 대림1동은 4,634㎡, 신길4동은 6,782㎡에 불과하다. 동네마다 체감할 수 있는 ‘녹지 인프라’가 아예 다르게 설계된 셈이다. ![]() 녹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양평1동(130,510㎡), 여의도동(94,445㎡), 문래동(89,799㎡)이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대림1동(1,669㎡), 영등포동(3,827㎡), 신길4동(5,835㎡) 등은 주민들이 의지할 만한 그늘과 초록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영등포의 폭염 대응력은 지리적 조건과 생활권 분포에 따라 ‘덥고 좁은 동네’와 ‘시원한 동네’로 갈린다.
영등포구는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올여름 ‘2025 폭염 종합대책’을 가동했다. 본지가 입수한 영등포구 폭염 종합대책은 재난과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 1항(국가 등의 책무)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다.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상황 관리와 신속 대응 체계 구축 ▲폭염 취약계층 보호와 각종 취약 시설 안전 점검 시행 ▲폭염 대비 행동 요령 등을 통한 구민 보호 활동 강화다. 부서별 중점 추진 사항으로는 ▲취약 어르신, 쪽방 주민, 노숙인 방문 진료 등 취약계층 보호 강화(생활보장과 어르신장애인과, 건강검증과) ▲무더위쉼터와 그늘막 폭염 저감 시설 운영(정원도시과, 미래교육과, 생활보장과, 어르신장애인과, 도시안전과, 동 주민센터) ▲도심 열섬 현황 완화를 위한 도소 살수(청소과) ▲온열질환자 감시체계 운영(의약과) ▲폭염 행동 요령 홍보와 특보 상황 전파(홍보미디어과) 등이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폭염 취약계층 4.900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폭염 취약계층 피해 예방 대책 추진 절차를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방문 전담 인력에 대해 기후 변화 관련 업무 지침 교육을 시킨 후 건강 취약계층을 방문해 건강관리를 강화한다. 이어 기후 재난 안전 감시반을 운영해 대상자를 파악한 후 방문 건강관리를 진행하고 이를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한다. 영등포구는 이 외에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건설사업장 등 실외 근로자 안전대책 추진과 취약 시설물 안전관리, 폭염 예방 구민 행동 요령을 홍보하고 폭염 특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구는 올해 3월, 「제3차 영등포구 기후위기 적응 대책 세부 시행 계획(2026년~2030년)」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이번 3차 계획에서는 과거·현재·미래의 기후 변화 경향을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를 검토해 영등포형 적응 전략을 마련한다. 특히 ‘지역별 취약성·리스크 평가’를 통해 어느 동네가 더 덥고, 더 위험한지를 수치로 드러내고, 이에 맞춘 맞춤형 과제를 세부 이행계획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산이 없는 영등포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험대다. 여의도와 양평2동에 집중된 대규모 공원이 구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사이, 신길·대림·영등포동 주민들은 여전히 여름마다 좁고 덥고 그늘 없는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제는 공원의 크기가 아니라 ‘생활권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녹지의 질과 분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3차 적응계획이 단순한 계획서에 그치지 않고, 녹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실행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영등포시대는 [지역 언론 기후 보도 기획취재-6] 불균형한 영등포구 공원 녹지 현황과 폭염 종합대책에 이어 ‘지역 언론 기후 보도 기획취재’ 총평을 끝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마감할 예정이다. ‘녹색전환 연구소와 ‘리영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
박강열/김수현 기자/배옥숙/김경희/김수경/장심형 공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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