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민 칼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 입력날짜 2017-09-08 1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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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정의당 영등포구위원장이 9월 1일 영등포 KR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등포시대 창간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정재민 정의당 영등포구위원장이 9월 1일 영등포 KR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등포시대 창간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촛불시민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100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국사회의 변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적폐청산, 권력 비리와 부패 척결, 민주주의와 인권이 회복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변화의 움직임은 오랜 가뭄 끝에 만난 단비처럼 시원하면서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것은 민의가 왜곡된 현재의 정치구조와 선거제도의 문제를 그냥 두고서는 진정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바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로 개혁하는 것이다. 다수의 사표가 발생하고 득표와 실제 의석 간 불일치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행 선거제도는 불공정하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 전국적으로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 33.5%, 더불어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 정의당 7.2% 등이었다. 그런데 실제 최종 의석수는 새누리당 41%(지역 105석, 비례 17석), 더불어민주당 41%(지역 110석, 비례 13석), 국민의당 13%(지역 25석, 비례 13석), 정의당 2%(지역 2석, 비례 4석)로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의 불균형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로 가면 더욱 심해진다. 선거 때마다 50%대의 득표율로 90% 이상의 의회 의석을 차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4년 6월 5일 치러진 경남도의회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득표율은 새누리당 59.19%, 새정치민주연합 28.87%, 통합진보당 5.30%, 정의당 2.51%, 노동당 2.89%, 녹색당 1.25% 등이었다.

그런데 경남도의원(총 55석) 의석수를 보면 새누리당 90.91%(지역 46, 비례 4석), 새정치민주연합 3.63%(비례 2석), 노동당 1.82%(지역 1석), 무소속 3.63%(지역 2석)이었다. 새누리당은 정당득표율이 59.19%였는데, 의석은 90.91%나 차지한 것이다. 이런 불공정한 선거결과는 지역구 소선거구제로 90%의 광역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가능하며 세계 최악의 선거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지방의회에 득표한 만큼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사표가 줄어들고 민심이 정확하게 반영되며, 지역주의에 기댄 기득권을 가진 거대정당의 독과점이 아닌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까지 늘리는 권고안을 내놨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국회의원 선거제도 문제점을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2006년 선거법 개정으로 시·군·자치구의회(기초의회) 선거에 2~4인 중선거구제를 도입했다. 기초의원 선거에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목적은 사표를 방지하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의석 배분에 반영하여 참신한 인재와 다양한 정치세력의 의회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거대정당의 독과점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의 중선거구제는 2인 선거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대정당의 영구한 지방권력 장악과 양당 간 권력 나눠 먹기를 보장하는 도입취지에 역행하는 제도로 전락해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인 선거구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를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맞게 3~4인 중심의 선거구로 개선하고, 한 선거구에서 5인 이상 선출하는 때에만 분할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정치장벽을 깨고 다양성과 여성정치가 확대되는 제도개선 역시 필요하다. 현재 1-가, 1-나 식으로 기호를 붙이는 정당별 기호부여제도는 기득권 정당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잘못된 제도로 소수정당이나 지역풀뿌리 정치세력의 진출을 봉쇄하는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정당별 기호부여제도를 폐지하고 전면적 추첨을 통해 정당과 후보자명을 명기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제력의 유무에 따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제도를 개선하여 정치진입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기탁금 액수와 선거비용 보전기준을 대폭 하향 조정하여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 신진 정치인의 선거 참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현재 비례대표 여성 순번제와 여성할당제도가 일부 있긴 하나, 여전히 여성 국회의원 수는 매우 적다.(20대 국회 300명 중 여성의원은 51명, 17% 수준에 불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구 30% 공천을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에는 제재를 함께 두는 방식으로 여성할당제를 강화하여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정치가 가능하도록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선거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고, OECD 34개국 중 선거연령을 19세로 정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8세는 운전면허, 혼인, 공무원시험 등이 가능하고 군에 입대할 수 있는 연령인데 투표권 행사만 배제되는 것은 설득력이 있기 어렵다. 따라서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을 만18세 이하로 하향 조정하고 누구나 정치가 가능하도록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후원금을 통해 지지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시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현행 정당법, 공직선거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제반 법규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기본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교사나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직장을 떠나 일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마저 박탈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교사, 공무원의 당원 가입과 후원금 기부 등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제반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유권자 과반 미만의 득표로도 당선되고 있으며 지방선거의 경우 불과 2~30%대의 득표율로 단체장으로 당선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사표가 발생하고 민주적 정당성과 통치력의 위기 현상을 가져오고 있다. 민주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에서 유효투표의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 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더 많은 유권자, 과반 이상의 지지로 당선이 결정되어 명실상부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월 21일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정치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따로 노는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유지한 채로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의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제도, 정치제도를 만드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촛불시민혁명을 완성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재민(정의당 영등포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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