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학점제 취지는 공감하지만 "준비 부족" 우려 목소리도
  • 입력날짜 2017-06-27 09:54:17
    • 기사보내기 
고교학점제 도입, 기대도 크지만 걱정도 많아요! (Ⅱ)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원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원
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시경쟁 위주의 현 교육체제 속에서 가능하겠는가, 이상론 아니냐?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다,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막으면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수능에서 아랍어가 좋아서 선택하기보다는 점수를 따기 위해 선택하듯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보다는 대입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사 확충과 교실 여건 마련, 교원 양성 제도 개선 등도 필요하고 내신 절대평가, 대입 제도 개선 등 선행하거나 병행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직접적 당사자인 학생들도 과연 적은 숫자가 선택한 과목도 폐강되지 않고 개설될까 궁금해 했고, 설사 개설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내신 9등급제에서는 수강생이 적은 과목의 경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 받기 쉬운 과목이나 인기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제도이지만 중간에 진로가 바뀌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 들러리로 전락한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고교학점제는 필요하다"라면서도 "무학년제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기에 동의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혁신학교처럼 희망하는 학교 위주로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당장 완전한 절대평가 도입이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 완화된 형태의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고교학점제 성공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4가지

미양고 이기정 교사 등 교육전문가들은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면 국영수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국·영·수 비중이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수학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무학년 학점제와 더불어 학급별(교사별) 평가제도, 절대평가제, 교과서 자유발행제 등 평가체제 전환이 필수적이며 국민들도 일정 정도 부작용과 혼란을 감수하겠다는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철두철미한 준비없이 섣부르게 도입하면 학교현장에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무의미한 제도로 끝날 수도 있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은 "정착시키는 데 현실적·교육학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충분한 논의와 많은 검토 필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를 통해 학교교육을 입시 준비교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도 한국의 교육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에서 수능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수능에서 중요한 과목만 집중 선택할 것이고, 반면에 내신의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점수를 쉽게 딸 수 있는 과목, 공부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무학년 학점제로 인하여 학교 교육이 대입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면 사교육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도 고교학점제 도입 등 학생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 없이 시
범학교 위주로 도입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시에 전국적으로 확대하자니 무리수가 따르고,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또한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렵사리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이뤄내더라도 대학이 변별력을 이유로 심층면접이나 본고사 부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팽창할 수도 있어, 고교학점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이라면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차원에서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현장적용을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 현장 교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TF는 고교 학점제 활성화를 위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평가 방법 혁신과 수능 개선, 교원 수급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형태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