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칼럼] '정치논리' 아닌 '교육논리' 작동해야 성공할 것
  • 입력날짜 2017-04-10 18: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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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어떻게 설치하고 운영할 것인가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원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원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이 화두다.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심상정 후보 등 많은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놓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월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해 별도로 두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지난달 22일 교육공약을 다시 발표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실시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교육회의'를 (먼저) 설치,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하겠다“며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내걸었다가 이번에 대통령이 될 것 같으니 슬그머니 한 발 빼는 것 아니냐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천천히 하겠다는 것은 결국 본인 임기 안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는 것이다.  

교육계가 가장 바라는 1순위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대선주자는 안철수 후보다. 그는 '교육통제부'로 전락한 교육부를 아예 폐지하고 10년 장기계획에 합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지금의 교육부 체제는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학교의 자율성을 빼앗아 창의교육을 막고 있다"며 "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매년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지원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을 충실하게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교육개혁을 위한 선결적 과제이기에,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첫 번째로 이루어질 정부조직 개편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파적 이해관계, 관료조직, 사학연합체, 교원단체 등 기득권세력의 저항 때문에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결국 새 정부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성과에 만족할 뿐 국민에게는 다시 실망만을 안겨줄 지도 모른다며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삼권 분립 국가이다. 그러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정신이나 그 취지를 고려하면, '입법·사법·행정'에 '교육'을 더해 사실상 4권 분립을 지향하고 있다. 이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 현재 교육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 장관은 특정 정당 소속의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육논리가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교육계가 가장 바라는 1순위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다. 교육만큼은 정치논리나 경제논리,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조사 결과, 교육부의 역할에 대해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37.3%)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1960년대까지 농업 국가였던 핀란드가 교육개혁에 성공한 비결은 국가교육위원회였다.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취학 전 교육, 초등교육, 일반고등학교교육에 대한 국가 핵심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에르끼 아호 국가교육청장이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그가 국가교육청장을 지낸 20년간 수없이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여야 정치권은 합의로 정치논리, 경제논리 아닌 교육논리로 교육문제를 풀어보라며 그에게 교육개혁 지휘봉을 맡겼다.  

기계적인 중도로 흐르면, 교육혁신 물 건너가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교육계의 공감대 형성은 오래됐다. 보수 성향의 교총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요구해왔고,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도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및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촉구해왔다.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데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다들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구성하여,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법적 권한과 기능을 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정책 자문·심의기구'로 하자는 견해부터 '비판ㆍ견제형 정책 총괄기구'로 하자, 아니 '국가 차원의 독립기구', 더 나아가 '헌법기구'로 하자는 견해까지 그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구성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다 풀릴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제도화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지만, 이때에도 어떤 유형의 국가교육위원회를 선택할지 등은 세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초당파적, 초 정권 자체의 '사회적 교육 합의기구', '독립적인 지위'를 표방하고 출발하더라도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이유로 구성원의 범위를 넓히다 보면 정작 교육 전문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기계적인 중도로 흐르면 변화와 쇄신은 물 건너간다며, 아예 개혁과 혁신에 더욱 방점을 찍자는 의미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 등 몇몇 사람들은 아예 '개혁'이나 '혁신'을 이름에 넣어 '국가교육개혁위원회, 국가교육혁신위원회'로 하자고 주장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법적 위상부터 위원 구성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또한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권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처럼 헌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달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처럼,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 교원단체, 대학 관련 단체, 기업과 노동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해 다양성을 확보하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교육전문가가 반수 이상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첫째도 둘째도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철저하게 무장하되 '개혁(혁신)'과 '실효성'에 방점을 두어야, 핀란드처럼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칫 진보 보수 간 나눠 먹기식 배분이 되면 아무런 실효성과 진전도 없이 난상토론만 하다 세월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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