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출구 찾아야
  • 입력날짜 2017-03-29 14: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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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서열화'에서 이제는 과감히 '수평적 다양화'로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교육 때문에 고통 받는 우리 학생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교육문제로 신음이고 비명이다. 교육 때문에 교육주체들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모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왜 우리는 모두 힘들어하는 교육체제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소금쟁이처럼 전근대를 맴돌 것인가? 그러나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배제하고 교육논리로 접근하면 답이 보인다.

서열화 깨지지 않는 한, 한국교육 백약이 무효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태정태세문단세'도 아니고 우리나라 현재 교육은 누가 뭐래도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한 줄 세우기, 대학 서열화가 문제다. 이것이 깨지지 않는 한 그 어떤 처방도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혁신학교, 거꾸로 교실, 질문이 있는 교실, 토론이 있는 교육' 등 나름대로 한국교육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각고의 노력이 큰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대학 서열화'가 떡 하니 벽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를 깨기 위한 대안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였다. 2000년대 초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제안한 방안으로 민주노동당의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고, 이후 2012년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란 서울대를 비롯해 16개 또는 25개 지방 국공립대가 하나의 대학처럼 공동으로 입학하고, 수업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민주진보 교육시민단체들의 요구사항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국공립대학 공동입학, 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서울대의 위상을 활용하여 '서울대를 전국에 만든다'는 목표로 국립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수험생들을 공동선발하면 대입 경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영형 사립대학 체제를 구축해 교육의 상향 평준화를 기하겠다"고 약속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전국 국공립대를 통합하고 서울대를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병폐인 대학 서열화 해소하려면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현재의 학벌은 수월성의 대가라기보다는 '사회적 기득권'과 같다"며 "현재의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본(拔本)적이고 혁신적이고 어떤 의미에서 '급진적'이기까지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도 "대학 서열체제 혁파 없이는 상위 학벌 취득에 대한 과잉 열망을 해소할 수 없고, 극단적인 입시경쟁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대학 서열 해소와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입시혁명을 이뤄내면 대학이 선발 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대학통합네트워크에 대해 대학개혁운동에서는 다음과 같은 3단계의 개혁 과정을 상정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의 기본구조는 3단계로 ▲1단계 : 통합국립대학 구성 및 통합국립대학 내에서의 공통교양과정 운영 ▲2단계 : '정부책임형 사립대학(공영형 사립대학)'을 확대하고 그 기초 위에서 통합국립대학과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간의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 ▲3단계 :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일반 사립대학을 포함하는 권역별 대학통합네트워크로 확장·재구성 등이다.

서열화 깨야 고질적인 경쟁교육의 문제도 해결

교육전문가들은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대학 서열화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15개 대학의 서열을 무너뜨리는 것이 핵심인데, 서울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 서열화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으므로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 같은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제대로 작용하려면 서울대와 유명 사립대가 포함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교육 불평등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업을 얻고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더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는 사회통념이 생각보다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으로, 대학 나오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 만들어야

독일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거의 차별받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교수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나 급여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영향력의 차이가 있을 뿐 직업에 귀천이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 의사와 벽돌공, 택시기사의 월급이 큰 차이 없다. 20~30%만 대학 진학한다. 대학에 가는 것보다 각종 직업학교에서 실속 있게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한다. 그런데도 행복지수 1위 국가다.

우리나라도 독일 등 교육선진국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펼치며, 먹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대학진학율도 낮아질 것이고 대학 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김형태 전 서울시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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