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근- 칼럼] 증평 모녀 자살 사건은 당국의 직무유기다
  • 입력날짜 2018-04-16 12:37:56
    • 기사보내기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증평 모녀 자살 사건에 분노가 치민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재발했다는 비난 여론이 크게 높다.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고 선언하며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일 것이다. 사람이 먼저가 결코 아닌 사회를 보는 참담함이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자살통계에서 가장 빨리 자살률이 증가해 오랫동안 세계수위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벌써 20년이 가깝다. 그래서 자살예방이 국가적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특히 송파 세 모녀 사건 때는 온 사회가 전율했다.

그런데도 증평에서 또 참담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간 관계 당국이 자살사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원칙을 잃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증평 사건을 살펴보면 약초꾼인 남편이 작년 사업실패로 많은 빚을 남기고 이에 충격받아 시어머니도 급사하였다. 게다가 남편이 소유했던 사업용 차량과 임대보증금도 채권자에게 압류당했다. 급기야 차량을 매각했다가 사채업자에게 사기죄로 고소당하여 절망에 빠진 상태였다.

해외에서 자살 예방에 성공한 나라들은 남겨진 가족에 대해 주도면밀한 대책을 마련했다. 즉 자살원인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하고 남겨진 가족들의 심리 상담을 하여 충격을 줄이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복지지원을 하는 것이다. 남겨진 가족들은 쉽게 절망하고 우울증에 빠진다는 연구보고가 자살사건의 특징임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증평 사건의 경우 약초꾼 남편의 자살 후 행정당국이 살인사건에서 사체를 부검하듯이 심리적 부검을 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남겨진 모녀가 어떤 곤경에 처해있는지 당국이 알 리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 우선이어야 할 사회에서 행정이 사람의 곤경을 살펴보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사람이 먼저라는 대통령의 구호가 얼마나 구체성이 빠져 있는가를 웅변하고 있다.

경제 대국의 입구에 서 있는 나라가 세계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실감하지 못하는 행정당국.

이 얼마나 참담한가.
문재인 정부는 다시 철저한 자살 예방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자살률을 대폭 낮춘 외국의 사례를 다시 점검하고 한국이 무엇을 빠뜨려서 자살자의 남은 가족이 또 자살하는 사태를 일어나게 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런 사태가 사라지고 나야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사람이 먼저다”가 온 국민의 호응을 얻을 것이다.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