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제보자보호법'과 같은 보다 실효성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1)
  • 입력날짜 2017-11-28 10: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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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저는 학교로 돌아와 다시 교단에 섰습니다. 뜻하지 않게 교단을 떠난 지 거의 9년 만입니다. 정확히 8년 9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온 것입니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멀고도 길었습니다. 수면장애와 우울증, 기혈 순환장애 등으로 죽기보다 힘든 나날을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정말 열흘 가까이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고, 숨 쉬는 것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자살 기도를 한 적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공익제보의 민낯이자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기억하다시피, 저는 2008년 교육자적 양심으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표하여, 상록학원 양천고등학교의 사학비리(급식비리, 공사비리, 회계비리 등)를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감사요청)하였다가 이 사실이 법인에 알려지면서 2009년 3월 부당하게 해직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13개월 동안 학교, 교육청,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부패사학과 싸웠습니다.

제자들 앞에 당당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교단에서 "가르친 대로 행동하고 배운 대로 실천하라"고 해놓고 저 자신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부끄러운 스승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당시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서울 교육감은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을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교육비리를 사회적 의제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시민단체 추천으로 저는 2010년 6.2지방선거 통해 교육의원에 당선돼, '해직교사에서 교육의원으로 당선, 달걀로 바위를 깨뜨린 사람' 등 그해 화제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양천고에 대해 교육청은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통해 급식 등 상당수의 비리를 밝혀냈고,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공익제보 활성화 없이는 '청렴하고 투명한 세상' 어려워

사학비리는 학생들의 꿈을 훔치는 나쁜 도둑질이고, 교직원들에게 영혼 없는 삶을 강요하는 몹쓸 짓입니다. 그런데 사학비리를 공익제보하면, 교육청이 한번 봐주고, 경찰과 검찰이 한번 봐주고, 재판부가 전관예우, 유전무죄 적용하여 또다시 봐주는 관행으로 인해 결국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습니다.

판사가 정해지면 그 판사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를 찾아 착수금으로 1억 이상의 거금을 갖다 주면, 구속될 사람이 불구속되고, 기소될 사람이 불기소되고, 유죄가 무죄가 되는 세상이니 공익제보한 사람들이 가장 허탈해하고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런 기가 막힌 악습입니다.

또 하나는 도둑을 신고했는데 잡으라는 도둑 대신 신고자를 잡는 세상입니다. 제가 2009년 부당하게 해직되었을 때, 교육청, 교육부, 법무부, 청와대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떤 국가기관도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와 국가인권위마저도 사립학교는 공공기관이 아니고 사립학교 교원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은 국민이 아니냐고 몇 번을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후 시민단체의 눈물 나는 노력과 강한 요청으로 '국가인권위'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그리고 '부패방지법'에는 사립학교 교원도 포함되었으나 여전히 '공익신고법'에는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습니다. '공익신고법'에도 속히 사립교원이 포함돼야 하고, 더 나아가 별도의 독립적인 '공익제보자보호법'이 제정돼야 할 것입니다.

사학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익제보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학의 경우, 공익제보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사학비리 공익제보자들은 보복성 징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익제보자보호법'과 같은 보다 실효성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사학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들이 불이익조치를 당하더라도 신속하게 보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불이익조치 등 보복성 징계를 감행한 가해자와 학교법인에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등 처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사학비리를 근절하는 지름길 중 하나가 바로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입니다. 제가 이번에 공익제보자 자격으로 처음 공립 특채됨으로써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제가 이제 처음 길을 열었으니 이후로는 더 크게 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도 교육자적 양심으로 공익제보했다가 학교 안에서 이런저런 불이익을 받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교육감이라면 "사학에서 공익제보했다가 보복성 불이익을 당한 교사들은 공립특채하겠다"고 선언하겠습니다. 이것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교육감들이 재직 중인 공익제보자를 특채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공익제보자는 부패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카나리아 새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의 비극입니다. 이미 3개월 전에 청와대 신문고에 내부자가 청해진해운의 잦은 사고와 개운치 않은 사고처리 의혹, 상습적 정원 초과 운항 실태, 회사 쪽의 편법적 비정규직 채용을 민원제기 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반부패, 청렴도를 높이는 공익제보자 보호는 2017년을 지나는 현재의 대한민국과, 교육계에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이자 전 영등포시대 대표이사의 교육칼럼 54호 55호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전 영등포시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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