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가을걷이와 정치결실
  • 입력날짜 2017-10-25 09: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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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길 자유기고가
최흥길 자유기고가
청명한 가을하늘, 농부의 가을이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요즘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개혁과 변화에 대한 마음과 같을 것이다. 올 봄 국민은 탄핵심판과 대통령선거로 희망의 씨앗을 심었고, 어느새 추석을 지나 늦가을에 접어들었다. 이번 겨울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되는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로 국민의 생명과 삶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현실 속에서 국가의 필요성과 책임을 절실히 느낀다. 한 국가의 정치주체의 영향력은 대개 큰 틀에서 국가 각 분야에 미친다. 그만큼 정치가 우리의 삶에 있어 중요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약 6개월이 지났고, 새 경제 5개년 정책방향이 나왔다. 사람 중심 경제체제를 정점에 놓고 소득주도, 일자리 중심,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4개 정책방향이 제시되었다. 그간 해오던 대기업 주도의 양적 성장을 바꾸어, 가계를 중심에 놓고 분수효과, 즉 부유층에 부과되는 세금을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 지원을 증대시켜 경제를 순환하겠다는 것이다. 대변혁이다. 이러한 정부의 변혁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경제정책의 내용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경제정책이란 일반적으로 물가안정, 고용확대, 경상수지 흑자기조유지를 목표로 한다.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문제는 단순히 경제 관련 문제만이 아닌 안보, 외교, 무역 관계에서 복합적인 성질을 가진다.

더욱이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세계경제가 혼란스럽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형국이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의 운영과 결론도출 과정이 잘 보여줬듯이, 국민이 정책과정참여를 통해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저항이 감소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승한다. 경제정책 역시도 일관성 있게,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 정책에 대한 신뢰를 하게 한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회의 입법과정이 뒷받침되어야 정책을 완수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다. 그리하여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안고 출범하였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를 수행함과 동시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나라의 각 분야에 산적한 개혁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참 힘들게 정부를 이끌고 있다.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에는 수십 개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의 바람처럼, 각 분야에서 도출되고 있는 각종 적폐인 권력남용, 이권개입, 각종 차별대우 등 이런 병폐들을 깔끔히 씻어내려면 국회에서 법이 제·개정되어야 정책효과를 낼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야당 역시 정략적 판단으로 정책실현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견제는 스스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유권자인 국민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변혁의 대상들 저항을 어떻게든 상쇄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경험한 1987년 민주화시대 이후 국민의 권익이 많이 신장하였고, 근 20여 년간 사회 각 분야에 평등과 균형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대한민국은 후진국의 모습이었다. 그로 인한 부정부패의 양태도 다양하다. 방산비리, 대기업 갑질,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임금착취, 부동산 투기 등 참 형언할 수 없이 사회규범이 파괴되고 국민 사이의 불신이 늘어나, 어려운 일들이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

지금 각종 적폐청산 문제로 사회는 혼란스럽다. 적폐대상자나 집단들의 저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국가기강이 바로 서고 그 토대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또한, 국민은 이 변혁의 물결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고 변혁을 지지해 주어야 결실을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세계경제가 갈수록 더 불확실해지고 국가 간의 공조는 무너지고, 국가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명명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앞에 다가섰다. 인공지능(AI)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과 결합해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두뇌중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3D 프린팅기술은 종래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진행속도와 범위 외에도 수많은 분야와 발견이 끊임없이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기술을 다차원적으로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산업 전체는 물론 생산, 유통, 소비 등과 관련한 시스템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량생산·소비체제에서는 대기업이 유리했지만 개인 맞춤형 생산·소비체제에는 시장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속도’와 ‘유연성’을 갖춘 중소, 벤처기업의 시대가 더 열리고, 이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더욱 유리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무한한 기회와 도전을 남보다 먼저 내다보고 지혜롭게 대응해나갈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새 정부가 국가의 적폐청산을 잘 마무리하고 정책실현을 통해 아침저녁으로 안보걱정, 높은 실업률, 물가불안정, 주거비 상승 등으로 참 감내하기 힘든 서민의 삶이 변화시키기를 기대한다.

최흥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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