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성고 학생들의 어처구니없는 참변, 막을 수는 없었나?(1)
  • 입력날짜 2018-12-26 1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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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형태]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한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생 10명이 단체로 숙박하던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이들은 수능 이후, 12년간의 학창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실상 ‘우정 여행’을 떠났다가 어이없는 참변을 당해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가스보일러 유독가스에 질식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기막혀하며 분노하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이미 우리의 슬프고 뼈아픈 역사가 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충격과 슬픔과 분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순히 “잊지 말자” 정도가 아니라 “병든 교육을 치유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자”고 했음에도, 지난해 제천과 밀양, 그리고 올해 서울 종로 고시원 등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고양 열 수관 파열사고, 강릉선 KTX 탈선사고,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등 안전사고도 줄을 잇고 있다. 이 모두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만 의무화했거나 제대로 ‘시공 및 점검’만 했어도

첫째, 농어촌민박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안전규정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이번 사고 원인은 일산화탄소 누출로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의 묵은 펜션에는 가스누출경보기가 없었다. 호텔과 여관 등 다른 숙박업소와 달리 농어촌민박의 경우 경보기 의무설치 대상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1만5천 원 정도 한다는 경보기만 설치했어도 막을 수 있는 참변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문화관광체육부 등 관계기관의 책임이 절대 적지 않다. 농어촌 주민들의 관광 수입 증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중요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가스보일러로 인한 사고는 최근 5년간 총 23건이 발생했고, 사상자는 총 49명이다. 이중 화재 부상자 1명을 제외한 48명(98%·사망 14명·부상 3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이란다. 선진국의 경우,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 비율이 80%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속히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보일러 시공과 관리에도 허점투성이라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강릉 펜션사고 수습대책본부에 의하면, “사고가 난 펜션의 건물주가 2014년 인터넷으로 보일러를 구매해 시공업체에 설치를 의뢰한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업체는 강릉시에 가스시공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스보일러는 누구나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보일러 설치·시공은 반드시 가스시설시공업을 등록한 자(면허 보유자)가 시공해야 한다. 그럼에도 비용을 낮추기 위해 펜션 건물주는 무자격자에게 보일러 설치를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대개 보일러 1대 설치하는데 60만 원 정도인데, 무자격자에게 맡기면 10만 원 정도 싸게 든다고 한다. 10만 원 아끼려다 젊은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

또한 경찰에 의하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무자격자 통해 허술하게 시공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후 펜션 주인이나 가스공급업체 등이 보일러를 조금만 눈여겨봤어도 ‘어긋나 있던 배기관’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지우기 어렵다. 앞으로는 점검 및 관리·감독 업체의 책임을 보다 엄정하게 묻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명목상 개인체험 학습활동, 그러나 실상은 단체 체험활동?

셋째, 서울 대성고의 ‘체험학습의 변칙 운영’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원래 개인 체험활동은 말 그대로 학생과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체험활동을 신청하면 학교가 살펴보고 승인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대성고는 본말이 전도되어 학교가 주도하여 학교장 명으로 학생들에게 체험활동을 가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성고는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구체적 일정과 장소까지 추천하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코스 중 2개의 코스를 선택하여 체험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26일까지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개인 체험활동’이나 내용상으로는 학교가 계획한 ‘단체 체험활동’인 셈이다. 학교가 나서서 구체적 일정과 장소까지 제시했다면, 마땅히 사전답사 및 교사가 동행하도록 하는 등 안전문제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했고, 여행자보험 안내 및 철저한 안전교육도 했야 했다.

특히 신청서에 쓴 목적지대로 학생들이 갔는가(목적지를 벗어난 학생들이 있기에), 숙소는 안전한 곳으로 정해졌는지를 중간마다 확인만 했어도 이런 참사는 면했을 것이다. 서울 대성고 등 일부 사립학교의 편의주의적인 체험학습의 변칙운영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절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벌거벗은 대한민국’,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목격했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과 민낯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났고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안전후진국’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제천 화재부터 강릉 펜션 사고까지. 이제라도 왜 이런 인재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는지, 왜 신속하게 구조하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하고, 그리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칼럼-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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