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준용 의장-칼럼] 교육․문화․미래를 견인할 도서관 건립을 꿈꾸다!
  • 입력날짜 2018-09-06 08: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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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방 의원부터 대통령까지 입버릇처럼 삶의 질 향상을 약속한다. 그렇다면 질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복지가 먹고사는 문제, 가장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초점이 맞춰있다면 삶의 질은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더 이상 끼니 걱정을 하지 않는 이 시대에서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과 문화를 누리며 건강한 삶을 사는가에서 삶의 만족을 느낀다.

제8대 영등포구의회 의장으로 당선이 된 후, 영등포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각계각층의 인사와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교육시설,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마포중앙도서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벤치마킹에 나서게 됐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서울시 자치구 도서관 중 최대 규모(지하 2층~지상 6층, 연면적 2만229㎡)로 12만 권에 달하는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직접 방문한 마포중앙도서관의 진정한 면모는 도서 열람 시설에만 있지 않았다. 마포중앙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청소년교육센터다.

애니메이션, 미술, 무용, 연기, 악기 연주실 등 특기적성교실에서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 나가고,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영어교육센터는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특히나 높다고 한다. 한쪽 강당에서는 청소년들의 드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VR(가상현실)체험 등 IT체험실과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 등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끈다.

어린이 자료실에서는 신나게 뛰어놀며 책을 볼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실에는 각종 음악, 영화, 교육자료 등 DVD 자료를 안락한 소파에서 감상할 수 있어 작은 영화관과 같다.

일평균 7천여 명의 이용자가 방문하는데 타구 이용자가 많아 오히려 주민이 이용 못해 민원이 생긴다는 웃을 수 없는 이야기도 들었다. 안 그래도 영등포구는 교육 환경 탓에 초중고 학부모들이 타구로 이사를 간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도서관까지 다른 구로 가서야 되겠나하는 생각에 입맛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도서관 하나로 전체적인 교육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큰 규모의 도서관이 있으면 부모들이 주말마다 자녀와 함께 도서관에 방문해 시간을 보내며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이 공교육의 중심이 되어 청소년들의 꿈을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 시 저소득층 자녀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높은 교육비가 부담돼 사교육을 받지 못해 생기는 교육 불평등 문제도 일부 해결할 수 있다. 청소년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학습에 초점을 맞춰 자격증 취득, 자아실현 등 배움의 기회를 확대하여 건강한 노년을 지원할 수도 있다.

현대의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북카페는 물론 동아리방, 영화상영관, 문화센터 등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나 올여름과 같은 강력한 더위 속에서 시원하고 시간을 보낼 콘텐츠가 풍부한 도서관은 ‘도심 속 휴양지’의 역할도 해낸다. 이제 도서관은 책을 빌리러 가는 곳을 넘어 문화를 즐기러 가는 곳으로, 교육․문화․여가를 책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책은 시골 마을까지 살아나게 한다. 인구가 5만 명인 일본의 다케오(武雄)시에서는 마을 활성화를 위해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리뉴얼하면서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착안한 한 백화점에서 쇼핑몰 한 가운데에 도서관을 만들면서 오픈 1년 만에 방문객이 2천명을 돌파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 형식과 카메라를 들고 인증샷을 찍게 만드는 심미성이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을 유입하는 특징으로 생각된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잘 지은 도서관은 랜드마크로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지역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관광 도시로 우뚝 서게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도서관, 체육시설, 보육시설, 문화시설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는 과거 방식의 토목 SOC와 달리,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다.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늘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기조에 맞춰 영등포구도 문화와 교육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부지를 확보하고 관계 공무원과 국회의원, 시․구의원이 의지를 갖고 예산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 한 가지 방안은 기부채납 및 공공용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기부채납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사업시행자가 지방자치단체에 기반시설 부지나 설치비용을 제공하면서 건폐율, 용적률 등의 규제를 완화시켜주는 제도이다. 과거에는 도로나 공원 중심으로 기부채납이 이루어졌지만 해당 단지 주민들만 이용하는 시설 대신 도서관, 어린이집 등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공시설 설치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기부채납 부지를 이용한다면 구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문화시설 건립이 용이해진다.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거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책을 구상하는 리더가 어느 부분에 치중하고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도시의 발전이 10년씩 앞당겨지기도 뒤처지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이자 수년간 세계 최고의 부자로 자리했던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 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했다. 명품교육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학군도 고액의 입시학원도 아닌 미래의 빌 게이츠가 될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집 앞의 도서관’ 이 아닐까.

윤준용 영등포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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