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칼럼] 학력·학벌 등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것도 ‘인간차별’이자 ‘인권침해’!
  • 입력날짜 2019-05-14 14: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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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는 국민의 뜻 받들어 속히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해야(1)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게 눈빛에서 느껴졌어요. ‘덜 배운 애’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실업계고를 졸업하고 물류 관련 기업에 취업한 A(19·여) 씨는 사회 첫발부터 사내에 만연된 무시와 차별부터 경험해야 했다. 인사상 불이익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같은 시기 입사 동기라도, 대졸자는 2년이면 진급이 가능했지만, 자신처럼 고졸자는 3~5년이 필요했다. A 씨는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노골적으로 행해지는 학력차별에 절망만 느껴야 했다”고 푸념했다. 고졸 취업자들이 일터에서 뿌리 깊은 편견에 신음하고 있다.

능력과는 무관한 자격 조건(스펙)이 아직도 고졸 사회 초년생들에겐 또 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특성화고 졸업자 취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특성화고를 졸업해 취업한 300명(남녀 각 150명) 중 58.7%(176명)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향한 무시와 선입견 등을 가장 고통스러워했다. 이들은 특히 “대학도 안 나오고 뭐 했느냐”에 서부터 “대학졸업자들보다 확실하게 덜 똑똑하다” 등의 자극적인 독설들도 들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고졸이라 금방 나갈 것 같아서 업무 인수인계도 안 해 줬다”, “학교에서 전공한 연구 분야의 업무를 희망했지만, 고졸이어서 배제됐다”는 등의 업무상 부당한 대우도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4월 1일 한국일보 기사 중 -

채용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출신학교에 따라 차별대우를 한 경우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채용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신한은행의 경우, 지원자들의 출신 대학을 세 그룹으로 나눠 최저학점 기준을 달리 적용했다. 대학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최상위 그룹대’와 ‘서울 기타대’, ‘지방 소재대’로 나눈 것. 최상위 그룹 대의 경우 최저학점 기준을 4.5점 만점에 3.2점, 서울 기타 대의 경우 3.5점, 지방 소재대의 경우 3.8점 등으로 다르게 설정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들의 경우에는 1차 평가인 서류심사조차 하지 않고 탈락시키는 ‘필터링 컷’ 제도를 운용했고, 일부 지방 대학 출신은 선발에서 아예 배제하기도 했다. 20대 초중반, 한창 미래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을 나이다.

그런데 이들이 출신 학교에 연연하며 다시 대입 준비를 하거나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출신 대학이 졸업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학 졸업 이후 출신 대학에 따른 차이는 점점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 4월 10일 KBS 뉴스 중 -

부끄럽고 낯 뜨겁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실상이고 민낯이다. 골품제 사회인 신라시대도 아니고,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도 아닌 4차산업혁명을 부르짖는 21세기 대한민국 대명천지에서 ‘대학 간판’으로 인생이 결정되고 보수와 승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말도 안 되는 야만적인 행태가 여전히, 그리고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인종차별, 남녀차별, 종교차별, 연령차별 등과 같은 엄연한 인간차별이고, 심각한 인권침해행위다. 혐오와 차별 관련 올해 여론조사(KBS)에서도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실례로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지난 10년간(2009년~2018년) 전체 신입생 중 SKY 출신 평균비율이 87.9%, 2019년은 92.1%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지난 11일 국가인권위는 ‘SKY 로스쿨(서울대·고려대·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입학전형에서 지원자의 출신대학과 나이 등을 차별해 평등권과 인권침해를 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나이 등을 이유로 교육 시설이 고용과 채용에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간판’이 아닌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 작가는 “한국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면 엄청난 특권과 면책 등 과잉보상이 주어지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벌칙과 과도한 고통이 주어지는 사회”라고 꼬집는다. 대입성적 한 번으로 ‘학벌 피라미드’의 아래 칸에 위치하는 순간, 차별과 배제가 당연시되는 이러한 후진적 풍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도 “특정 대학 출신이 곧 유능한 능력을 갖췄다고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학교나 기업 등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간판’이 아닌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거의 차별받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교수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나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영향력의 차이가 있을 뿐 직업에 귀천이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 의사와 벽돌공, 택시기사의 월급에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20~30%만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가는 것보다 각종 직업학교에서 실속 있게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한다. 그런데도 행복지수 1위 국가다.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삶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독일과 덴마크 등 교육선진국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펼치며, 먹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대학진학율도 낮아질 것이고 대학 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국회와 정부가 약속한 법안이다. 그럼에도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관련 7개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3, 4년째 계속 계류 중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더불어민주당 민생특위 사교육비 절감 TF가 공동발의했던 법안이고, 나경원 의원, 강길부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했던 법안이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 81.5%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간절히 원하고 있는 법안이다.

지난 3월 22일 제367회 국회(임시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정부 질의에서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 필요성을 묻는 오영훈 의원의 질문에 대해 “법 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뒷받침할 것”을 약속했다. 솔직히 많이 늦었다. 국회는 서둘러 속히 상반기 중에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교육 고통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김형태-교육을 바꾸는 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김형태-교육을 바꾸는 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김형태-칼럼 교육을 바꾸는 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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