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시공장으로 변질한 자사고, 당연히 일반고로 전환해야!
  • 입력날짜 2019-04-24 14: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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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교육을 바꾸는 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김형태 교육을 바꾸는 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4대강에 대한 국민적 평가 끝난 것처럼 자사고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이미 끝났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리 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 단일 수종이 아닌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다채롭게 어울려 호흡하는 숲이 건강한 숲인 것처럼, 한 교실 안에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아이도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있고, 성적 우수자도 있고 다소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있고, 장애아이도 있고 비장애 아이도 있는 통합교육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교육이다.

어학, 과학, 문·예·체 영재를 위해 특별한 학교를 따로 두기보다 일반 학교 안에서 교과 활동, 또는 비교과 활동을 통해 어학, 과학 영재를 키워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특수목적학교를 자꾸 만들어 기형화하기보다는 공교육 안에서 어학, 과학, 문·예·체 등 소질과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보편적인 공교육 안에서 맑고 밝고 씩씩하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국제중, 자사고 폐지 법안을 내고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수직적 서열화를 수평적 다양화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다른 이유 없이 오직 하나 부모 잘 만난 덕에,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명문대 나와 우리 사회지도층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학창시절 내내 반쪽 세상만 경험한 외눈박이 같은 아이들, 걱정되고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가?

수직적으로 서열화된 한국교육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에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거쳤다고 자랑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인데, 불행하게도 과거시험과 사농공상을 따지던 전근대적인 의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공(출세)하기 위해서는 학력, 더 엄격히 말하면 좋은 학벌과 인맥이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한 고속도로, 지름길이 생겼다. ‘사립초→특목고(자사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출세 특급열차’가 그것이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자기 자녀를 이 열차에 태우기 위해 모두들 안간힘을 쓴다. 아니 난리법석을 떨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특급열차의 우등석에 올라타기만 하면 성공(출세)이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특급열차의 우등석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힘 있는 부유층, 상류층의 차지가 되기 십상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특권을 이용한 반칙’을 활용해 당당히 자녀들을 올려 태운다. 정문이 안 되면 옆문, 옆문이 안 되면 후문으로라도 기필코 집어넣고 만다. 자식의 출세를 장담하는 보증수표 앞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도덕성, 체면은 모두 휴짓조각이 되고 만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 꿩 잡는 게 매라는 것을 뼛속 깊이 잘 알기에.

한국 사회에서 학맥과 인맥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모 외고 출신들이 벌써 법조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공공연한 비밀부터 시작해서 특정 인맥과 학맥들이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신조선시대(양반과 서민)를 넘어 신골품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 이런 폐단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도 특수목적학교들은 일반 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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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필자가 교육의원 시절,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편입학 부정 관련 민원과 제보가 쏟아졌다. 주로 부유층이 특권을 이용한 반칙으로 편입학을 한다는 민원과 제보였다.(사립초에 편입학하려면 학교 버스 한 대를 사줘야 한다는 제보부터 시작하여 유명인사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 민원까지) 사립초와 국제중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들 부유층 자녀들은 학교 측에서 특별관리를 해준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민원과 제보였다.

‘사립초 - 국제중 – 특목고(자사고)’들이 대부분 사립이다. 사립재단들의 장삿속 운영과, 일부 부유층들의 비뚤어진 교육열, 그리고 생선가게 고양이로 전락한 교육 당국, 이 3박자가 빚어낸 우리 시대의 참으로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자사고는 탄생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절차적인 하자라고 볼 수 있다. 자사고는 도입 당시부터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2010년 6월 30일은 실체적 진실규명이 필요한 날이다. 7월 1일 새로운 교육감이 취임하기 하루 전 날, 부교육감 권한대행 상태의 교육청이 교육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한 날이다.

보통의 학교들은 자사고로 승인받기 위해 두꺼운 서류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하나고’는 단 하루만에 자사고 승인을 받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0년 2월에 ‘자립형 사립고’ 사업이 종료되어 버렸기 때문에 2010년 3월 2일 개교한 하나고는 자립형사립고였던 적이 단 하루도 없다. 그럼에도 2010년 6월 30일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받을 때는 ‘기존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예외 조항’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린다. 교육 관료들의 무책임한 행정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또한 일부 자사고는 법률상 수령이 금지된 인건비와 교육활동비를 불법으로 취득하였고, 중학교 건물로 등록해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자사고 건물로 사용하는 등 위법한 재정 지원 사례 등이 있었다.

이렇듯 일부 자사고는 임금체불과 교육청 지원금의 불법전용까지 불러오는 재정압박, 그리고 입학생 미달 사태, 교사들의 구조조정 위협 등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했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다만 학교 체면과 동문회 및 학부모들의 반발이 우려되어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와 조희연 교육감 등 진보교육감들이 해경 해체하듯 일시에 자사고 모두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엄격한 평가와 심사를 통해 서서히 점진적으로 축소,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가 되었든 특목고가 되었든 설립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 변질한 학교들은 과감하게 일반고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곰팡이냄새 풀풀 내며 변질하였다는 것은 본인들도 잘 알고있지 않은가? 과연 변질한 빵을 자녀에게 먹으라고 주는 부모가 있겠는가? 부산으로 가겠다고 해놓고 광주로 간 운전기사를 칭찬할 수 있겠는가?

4대강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끝난 것처럼 자사고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등이 휠 정도인데, 천만 원이 넘는 비싼 학비를 내고도 ‘성적 좋은 아이들끼리 모여 더 심한 경쟁을 하는 분위기’ 외에는 자사고 법인 측이 주는 것은 거의 없다. 솔직히 경쟁도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성적향상 효과도 거의 없다.

선발효과 외에는 교육 효과로 인한 자사고 학업성취도 향상은 미미하다. 이 정도면 자사고 법인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을 꾀해야 하고, 학부모들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사고 지정 철회하라고 목소리 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자사고 학교법인, 학부모, 교직원, 동창회 등 학교 구성원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았으면 좋겠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핀란드와 독일 등 유럽의 교육선진국들이 어떻게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었고 운영하고 있는가를 한번쯤 살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2010년 기준, 1년에 300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스스로 꽃다운 목숨을 끊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는, 교양과 품위를 저버린 집단행동은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이미 고액의 학비가 들고 소수 학생을 위한 입시공장으로 변질된 자사고,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고교 평준화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함과 동시에 학교서열화 및 교육불평등의 핵심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국가적 인재 양성을 위한 특목고는 꼭 필요한 경우,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남겨두고, 특성화고는 성적 서열이 아닌 기능 숙달과 취업 위주로 전면 개편하여, 고등학교만 나와도 취업과 임금·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제는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차가운 경쟁교육’에서 ‘따뜻한 협력교육’으로의 대전환을 통해 ‘행복한 교육혁명’을 과감하게 실현해나가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교육고통시대’를 끝내고 ‘교육행복시대’를 활짝 열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인가? 제발 교육부와 교육청도 이익집단과 기득권층의 말도 안 되는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형태-칼럼 교육을 바꾸는 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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