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공정사회,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야!
  • 입력날짜 2019-11-27 15:24:33
    • 기사보내기 
지난 1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신경민·이상민 의원과 시민단체 교육을바꾸는새힘·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동주최해 <공공기관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의 성과와 과제>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직후, 학력·학벌주의 관행 철폐를 위해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그해 하반기에 도입할 것을 발표하고 의무화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특권 대물림 요소(구직자의 부모와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와 편견적 요소(구직자의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학력 및 출신학교 등)를 가리고, 기업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마침내 지난 1년간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한 결과가 나왔다. 2018년 11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하여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성과를 분석했는데, 블라인드 채용 후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은 줄고,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은 늘었으며, 또한 출신대학의 수도 다양해졌다.

또 직무와 무관한 출신학교나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안착함에 따라, 기업 또한 조기 퇴직자 감소, 조직충성심 강화, 직무 전문성 강화 등 인재 선발의 경제적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되었다. 신입사원도 채용과정과 결과의 공정성 평가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렇게 공공기관의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 성과는 출신학교 서열과 능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오히려 출신학교는 객관적 능력 지표가 아닌 간판이며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신유형 한양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발제했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민적 상임 변호사는 블라인드 채용의 민간기업 확대를 위해서도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회에서 설훈 의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력 및 출신학교 중시 관행은 무분별한 고등교육열의 형성, 학력 간 지나친 임금 격차 유발, 고학력 실업, 학력인플레에 따른 인력수급의 불균형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과 학력·출신학교 차별을 막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경민 의원도 “능력보다 출신대학이 여전히 평가의 주요 척도가 되다 보니 아무리 노력하고 실력이 좋은 사람도 평생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운을 뗀 뒤, “학벌로 특권을 대물림해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역동성이 떨어지고 갈등이 심화했다”며, “채용 공정성 강화는 최근 불거진 입시 공정성 논란과 맞물려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현안 중 하나로 공교육 정상화로 가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상민 의원도 “합리적인 이유 없는 출신학교 등의 차별을 금지하고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정책의 중요성과 실효성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출신학교 차별금지 필요성에 대해 국회에서 관심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해찬 민주당 당 대표와 이찬열 교육위원장, 노웅래 방통위원장, 박광온 최고위원,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도 축사를 통해 공정사회 구현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힘을 실어주었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SKY 캐슬’, ‘SKY 공화국’?
불명예스럽게도 대한민국은 현재 ‘불평등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소득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갈수록 빈부 격차가 커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도 점점 심해지고, 이로 인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위화감·열패감’이 심해지고 있고, 국민의 ‘행복지수’ 역시 바닥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가권력의 ‘3부’로 불리는 입법·사법·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의 절반 정도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은 47.3%가, 차관급 이상 행정부 고위 관료는 59%가 SKY 출신이었으며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신규임용 법관 등 사법부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았다. 특정 3 대학 출신들이 국가 요직의 50∼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기형적인 현상이다.

이러니 현재 우리 사회를 ‘팔꿈치 사회’라고 하는 것이다.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불공정한 경쟁 사회’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경쟁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사실상 태어나서부터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별이 존재하고, 알고 보면 ‘특권을 이용한 반칙과 치졸한 꼼수’로 승자의 자리를 거머쥐고 있다는 풍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갑의 나라, 금수저들의 천국, 신 지주사회(지주-마름-소작인), 위험사회, 사다리 사회, 죽음 사회, 헬조선’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키워드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직업과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력과 계층, 직업의 대물림이 더 굳어져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며, 노력보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는 자조적인 현실 인식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면 엄청난 특권과 면책 등 과잉보상이 주어지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벌칙과 과도한 고통이 주어지는 사회가 되었다. 대입성적 한 번으로 ‘학벌 피라미드’의 아래에 위치하는 순간, 차별과 배제가 당연시되는 이러한 후진적 풍조에 대해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특정 대학 출신이 곧 유능한 능력을 갖췄다고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학교나 기업 등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을까?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민의 뜻’이고 ‘시대적 요구!’
오로지 명문대 가기 위해 사교육에 기대어 훈련하듯 선행·반복 학습을 연속하는 교육열은 좋은 게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간판’이 아닌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덴마크의 대학진학률은 약 30% 정도이다. 대학 말고도 고교 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길이 400여 가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전문직업인’이 대접받는 <고졸 행복 시대>를 열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먹고살 만한 세상을 만들면 저절로 사교육비와 대학진학률은 낮아지고 대학 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면 대졸 청년실업률도 떨어질 것이고, 고졸 취업 활성화를 통해 특성화고 출신들이 대거 취업하면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줄어들 것이다.(현재 공장, 농어촌, 건설공사현장, 음식점과 같은 서비스업에는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실정) 고졸 취업자들이 일찍 결혼하면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출산율까지 높아질 것이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가장 행복하게 잘 사는 유럽국가들, 즉 독일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모두가 교육을 통해 ‘공정사회, 행복한 나라’를 이루었다. 우리라도 못할 리 없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정부와 국회가 이미 약속한 법안이다. 민주당 민생특위 사교육비 절감 TF가 공동발의 했던 법안이고, 나경원·강길부·김부겸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했던 법안이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 81.5%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간절히 원하고 있는 법안이다.

특별히 지난 4월 국회토론회에서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환노위 위원도 토론회에 직접 참석, 법률제정을 약속했고, 유은혜 부총리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또한, 환노위 김학용 위원장도 이상민 의원에게 환노위에 올라오면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최근 한정애 환노위 민주당 간사도 시민단체에 이 법안 통과에 흔쾌히 힘 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디 20대 국회는 실기하지 말고 속히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국민의 절절한 분노와 거룩한 절규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제발 밥값 하는 국회가 돼라!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