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박용찬] 오만과 편견이 초래한 부동산 괴물
  • 입력날짜 2020-08-25 16:05:42
    • 기사보내기 
박용찬 미래통합당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박용찬 미래통합당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괴물로 키운 부동산 정책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데 무려 23번이나 휘두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한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을 23번이나 내놓은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부동산시장이 안정됐다면 차라리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실망을 넘어 참혹한 상황이다.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아파트 가격을 무서운 속도로 상승시켰고 결국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무려 10억원을 돌파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0%. 이것도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여의도와 신길동의 아파트는 지난 3년간 100% 넘게 오른 곳이 허다하게 널려 있다. 거듭되는 잘못된 도끼질에 부동산이라는 나무는 넘어지기는커녕 거꾸로 거대한 ‘괴물’로 자라나고 말았다.

멀어져가는 내 집 마련의 꿈

괴물로 자라난 부동산시장에 직격탄을 맞은 건 서민들과 젊은이들이다. 엎친 데 덮친 격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대출까지 꽁꽁 묶는 바람에 언감생심 내 집 마련의 꿈은 말 그대로 일장춘몽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나마 가까스로 내 집을 장만한다 해도 ‘세금폭탄’에 시달려야 한다. 공시지가와 함께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취득세 할 것 없이 온갖 세금을 퍽퍽 올려 버렸다. 서민은 물론 중산층 심지어 살만한 부유층마저 징벌성 세금 부과에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집을 가진 사람은 ‘범죄자’이며 집을 가지려는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풍족한 규모의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23차례 부동산 정책의 최종 수혜자는 서민도 아닌 중산층도 아닌 ‘문재인 정부’라는 비판은 결코 과장된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에겐 ‘세금폭탄’을 안겼고 반면 정부 자신에게는 ‘세금잔치’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절규하는 영세 임대사업자

그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은 건 도심 곳곳에서 연명하는 ‘영세 임대사업자’들이다. 이들의 불안함과 절망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영세 임대사업자들은 대부분 어떤 사람들인가? 수십 년 힘겹게 포장마차를 끌며 또는 분식집을 운영하며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고단한 노후를 조금이나마 편히 살고자 월세를 놓고 살아가는 서민 중의 서민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 달에 2백만원 안팎의 월세를 받아 가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무성의를 넘어 가혹할 정도이다. 임대사업에 대한 특례제도를 ‘폐지한다 아니다 유지한다’ 정책을 오락가락하더니 급기야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새로운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이대로 임대업을 계속하기도 그렇다고 폐업을 하기도 어려운 사면초가의 현실... 용기를 내어 부동산집회장 연단에 올라 제발 좀 살려달라고 절규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우리네 영세 임대업자들은 이렇게 불안과 초조, 무기력과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심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중이다.

‘오만’과 ‘편견’이 부른 대형참사

도대체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이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가? 문제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 특유의 ‘오만’과 ‘편견’이다. 때려잡으면 잡힐 거라는 ‘오만’ 그리고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마저 죄악시하는 ‘편견’이 화를 키우고 부동산시장을 괴물로 만든 것이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강압적인 규제는 서울 전체의 집값을 올려버렸고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또 다른 규제는 수도권의 집값을 올리고 말았다. 시장은 강압과 강제력에 의해 평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공급을 늘려주고 낡은 아파트에는 재건축의 길을 터주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수요공급의 원리대로 즉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갔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를 거부하고 억지로 내리누르는 강압과 강제의 칼날을 휘두르다 결국 그 피해가 애꿎은 서민들에게까지 확산한 것이다.

물론 시장의 원리가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정책, 다시 말해 시장의 원리를 원천적으로 무시하고 그 자리를 온통 규제와 강압의 위력으로 대신하려 한다면 그 정책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규제와 강압은 처음에는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지만 남발되면 될수록 그 위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고음... 심상치 않은 부동산 민심

지금까지 드러난 부동산 파동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며 실제로도 곳곳에서 또 다른 경고음들이 들려오고 있다. 아파트를 내리눌렀더니 이번에는 잠잠하던 다세대와 연립주택에서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은 데다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와 연립주택을 일단 사고 보자는 이른바 ‘패닉 바잉’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9월 이사철 성수기를 앞두고 사상 초유의 ‘전세대란’이 불어닥칠 거라는 불길한 조짐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세 수요는 폭발하고 있는데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공급은 씨가 마른 상태. 이 때문에 거래는 없는데 호가만 치솟는 이상한 현상마저 벌어지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민심은 정말 심각한 상태이다. 그러나 정부의 현실 인식은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라는 한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이 상징적이며 대표적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오만과 편견을 하루빨리 내려놓고 겸허한 자세로 돌아오길 강력히 촉구한다. 내리누르는 규제 일변도의 채찍은 잠시 작동할 뿐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며 누르면 누를수록 시장의 용수철 반발심리는 더욱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치면 더욱 큰 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코로나 사태마저 악화하는 요즘, 부동산 문제까지 민생을 힘겹게 한다면 도대체 국민은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란 말인가?

박용찬 미래통합당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