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칼럼] 증가율 최고, 치료율 최저, 이상지질혈증에 관심을 가지자
  • 입력날짜 2021-03-10 07: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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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후(영등포병원 내과 과장)
조동후(영등포병원 내과 과장)
100세 시대가 온다는 말은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급격히 늘어나는 노년기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노년기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누구나 건강을 꼽을 것이다. 장애와 질병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 즉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 보건의료의 중요한 과제이다.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뇌경색,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으로 대표되는 만성 질환의 관리가 필수이다.


3대 만성 질환으로 꼽히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중에서 이상지질혈증은 국내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8.4%의 유병률로, 지난 10여 년간 2배 이상 유병인구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을 꾸준히 치료하는 비율은 월등히 떨어진다.

이상지질혈증 자체는 증상이 없고, 식습관이나 건강식품만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당뇨, 고혈압 못지않게 매우 높은 것으로 입증되어 있기에 약물치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은 '이상지질혈증'보다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 등의 용어에 더 익숙하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을 때뿐 아니라 고밀도콜레스테롤의 경우 낮은 경우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이 더 포괄적인 용어이다. 콜레스테롤은 크게 저밀도콜레스테롤(LDL cholesterol), 고밀도콜레스테롤(HDL cholesterol), 그리고 중성지방 (Triglyceride) 이 있다.


저밀도콜레스테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쁜 콜레스테롤로 혈관을 막아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반대로 고밀도콜레스테롤은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춰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중성지방은 저밀도콜레스테롤보다는 역할이 적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고 췌장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복 혈액검사를 통해 이상지질혈증은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이 늘어나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이 크다. 고지방 식이, 운동 부족, 그리고 비만이 중요한 요소이며, 유전적인 요인, 만성 간 질환, 갑상샘 질환, 신장 질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뇨제와 같은 고혈압 약제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당뇨, 고혈압과 유사하게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 4~5회, 하루 30분 이상 조깅, 수영, 빨리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식이 조절을 병행하여야 한다. 식습관으로는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트랜스지방, 청량음료, 고탄수화물 식이를 통한 과잉 칼로리 섭취와 체지방 축적을 피한다.

채소, 과일, 견과류, 생선 등을 섭취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식물성 기름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좋다고 알려졌지만, 지방 섭취량 자체가 많으면 대부분 이상지질혈증을 악화시킨다. 알코올 섭취는 특히 중성지방 상승에 영향을 준다.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당뇨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저밀도콜레스테롤 수치를 최소 70mg/dL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대부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저밀도콜레스테롤의 1차 치료약제는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인 스타틴이다. 고용량의 스타틴으로도 저밀도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에제티미브(ezetimibe) 혹은 PCSK9 억제제와 같은 신규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중성지방은 피브린산 유도체와 오메가3 지방산이 도움이 된다. 고밀도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으로 사용되는 약제는 아직 없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상담할 때 오메가3 와 크릴 오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오메가3 지방산은 중성지방을 낮추고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미국 심장학회에서 관상동맥질환 환자와 고중성지방 환자에게 권유되고 있다.

최근에 유행하는 크릴 오일에는 오메가3 지방산, 아스타잔틴, 인지질 등이 들어있다. 하지만 시중의 크릴 오일 캡슐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은 45-200mg 정도로 치료 용량인 2~4g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은 중성지방 강하에만 효과가 있어 더욱 중요한 저밀도콜레스테롤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아스타잔틴이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하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증명된 바가 없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고중성지방혈증이 진단되면 고함량 오메가3 캡슐이 의료보험 적용하에 처방이 가능하다. 따라서 효능이 불확실하고 비싼 건강식품에 큰돈을 쓰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하에 약제를 처방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지혈증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의 경우 근육 병증, 당뇨병 발병 위험성, 간 기능 저하 등이 보고되어 있으나 이러한 위험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근육통의 경우 비교적 높은 빈도로 알려졌지만, 위약(placebo) 투여 시에도 비슷한 빈도로 근육통을 호소하여 실제 연관성은 생각보다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발톱무좀에 쓰이는 항진균제나 일부 항생제와 병용 투여 시 횡문근융해증과 같은 심각한 근육 병증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스타틴과 해당 약물을 함께 투약할 때에는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약물 부작용 없이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가능하며, 필요하면 약제를 변경하거나 용량을 조절하여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므로 투약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

WHO에서 동양인의 경우 체질량 지수가 높지 않아도 이상지질혈증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으며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국인에게 이상지질혈증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질환임이 틀림없다. 이상지질혈증의 약물요법은 비교적 가성비가 좋은 치료로 볼 수 있다. 투약을 잘 유지하면 대부분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떨어지며 이를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매우 크다. 건강수명을 늘리고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이상지질혈증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하자.
영등포병원 내과 2 조동후 과장

약•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석사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외래 교수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진료 분야

-소화기 내과
-소화기 내시경
-통합진료

조동후(영등포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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