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어지럼증이란 무엇인가?
  • 입력날짜 2021-08-01 19:29:44 | 수정날짜 2021-08-01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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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 약물 등의 보존적 치료...앞당길 수 있어"
살면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신경과를 찾으시는 많은 분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오시는데,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어지러움이라는 단일한 표현이지만, 어떤 사람은 빙빙 도는 양상, 어떤 사람은 까무러칠 것 같은 양상, 어떤 사람은 걸을 때 균형이 안 잡히는 양상을 모두 어지럽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오늘은 어지럼이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고 도움이 되시길 바라면서 글을 쓴다.

평형감각 기능에 이상이 오면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평형감각이란 일상생활에서 자세 변동으로 인한 신체의 무게중심이 이동하였을 때 자세의 부조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평형감각에 관여하는 것은 시각, 전정기관의 반고리관과 이석기관(난형낭과 구형낭), 그리고 뇌의 전정신경핵과 전정신경로 등이 관여하고 있다.

벌써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쉽게 다가오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내 몸이 시각 정보와 말초에서 평형 정보를 처리하게 되고, 그 정보가 뇌와 긴밀히 소통하게 되면서 종합적인 평형을 유지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어느 곳에든 이상이 발생하면 평형 체계가 깨지면서 어지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럼증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은 진찰과 검사를 통해서 어느 위치에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찾아내게 된다.

외래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경우가 흔히 이석증이라고 부르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다. 이는 평형을 담당하는 저 세 곳 중에서 전정기관에 이석의 위치 이탈이라는 물리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증상은 자세가 변할 때마다 빙빙 도는 어지럼이 유발되며, 가만히 있으면 비교적 단시간 내에 어지럼이 가라앉는다.

도는 느낌 때문에 멀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구역질이 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이석을 원위치시켜주면 병이 해결되는데, 때에 따라 여러 번 치료용 운동을 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는 양성 질환이라 결국 호전되기 때문에 예후가 좋다.

비슷한 전정기관의 질환으로 또 흔하게 보는 것이 전정신경염이다. 주로 몸이 무리하거나 피곤하였을 때, 혹은 그 외의 상황에서 오는 질환으로 감기처럼 바이러스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우는 어지럼이 지속적이고 빙빙 도는 양상이 동반되며 역시 구역감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지럼을 가라앉혀 주면서 수액, 약물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해주면 치료를 앞당길 수 있다.

문제는 말초 전정기관이 아닌 뇌의 문제로 어지러운 경우이다. 대표적인 원인인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의 경우, 어지럼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호전이 되지 않고 지속적이며, 다른 신경학적 이상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 좀 더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60세 이상 나이가 많으신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뇌졸중의 가족력, 그리고 흡연, 음주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어지럼의 중추성 원인에 대하여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일 경우 급성기 치료와 위험인자 조절이 필요하므로 필히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 뇌졸중 외에도 뇌의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 의해서도 어지럼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흔히 떨림 증세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첫 증상이 어지럼이나 균형 저하인 경우도 많다. 어지럼, 균형 저하 증세로 내원하였는데 알고 보면 파킨슨병인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우는 진료를 통하여 진단하게 된다.

간혹 이러한 전정기관과 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어지러운 경우도 있는데, 빈혈, 기립성저혈압, 스트레스, 수면 부족, 탈수, 전해질 이상, 기타 등등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서도 어지럼이 발생할 수 있음으로 평소 건강관리와 주기적인 건강검진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기립성 어지럼증은 갑자기 일어선 후에 혈압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경우로서, 노화에 의하여서도 생길 수가 있고, 신경의 반사 작용에 문제가 생겨 기립할 때 저혈압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으며, 심장이나 신경계통의 질환 때문인 경우도 있다.

적절한 검사 후 기립성 저혈압이 진단되면, 특히 혈압이 낮아질 때 실신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실신으로 인한 이차적 뇌 손상이나 몸을 다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복용 중인 약에서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약에 대한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배제되면 비특이적인 어지럼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하여 약물, 수액 등의 보존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어지럼이라는 증상의 원인으로 이토록 여러 가지 질환이 가능하다. 그만큼 어지럼이라는 증세가 비특이적이라는 뜻이다. 별것 아닌 것으로 넘겼던 어지럼 증세가 간혹 뇌의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적절한 치료에 의해 비교적 빠르게 호전되는 질환일 수도 있다.

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서 이상이 발견되는 일도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어지럼에 대한 접근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조심하여야 할 사람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 평소 몸이 좋지 않았던 분들이며, 이럴 때 증세를 느끼면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낫다. 간혹 처음에 말초성 어지럼으로 의심하였던 사람도 어지럼증이 너무 래 가는 경우 중추성을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김율희(영등포병원 신경과장)

약력/학력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림대학교 신경과 석사
-연세대학교 신경과 임상조교수•외래교수
-고려대학교 신경과 임상조교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자율신경학회 정회원

진료분야

-손발저림, 두통, 어지럼증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근무력증, 안면마비, 말초신경병
-뇌전증

김율희(영등포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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