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만년꼴찌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대변신
  • 입력날짜 2012-11-15 05: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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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이 딴 짓만 하고 공부는 안한다. 성적은 당연히 꼴찌다. 부모들도 잔소리하기에 지쳤다. 그냥 내동댕이쳤다. 고등학교를 말썽없이 졸업하기만 바랬다. 성품은 착하니 비뚤어지지 않은 것만도 고마울 뿐이었다. 대학은 포기하고 군대 다녀온 후 기술을 배워 제 앞가림이나 하길 원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꼴찌라 생각하고 전혀 보살피지 않았는데 덜컥 명문대에 합격한 것이다. 알고 보니 아이에게 관심을 가진 선생님이 스스로 느끼고 열심히 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에 자극받아 독서실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친지의 얘기다.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 제자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이런 놀랄만한 일이 여자농구계에서도 벌어졌다. 만년 꼴찌 우리은행이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 4시즌연속 밑바닥만 헤매던 팀이다. 어쩌다 발동이 걸리면 가끔 승리하긴 했다. 그런 팀이 올 시즌 들어 몰라보게 달라졌다. 붙는 경기마다 승전보다. 현재 5연승에 7승2패 성적으로 공동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여자부 최강 신한은행마저 여유 있게 제쳐버렸다. 7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는 신한은행은 한마디로 우리은행의 적수가 아니다. 그런 강팀을 16연패 끝에 겁도 없이 따돌린 것이다.

당연한 꼴찌인 우리은행이 우수선수를 스카우트한 것도 아니다. 맨날 쳐지다보니 윗분들도 별관심 가졌을 리 없다. 다만 분위기를 바꾼다는 차원에서 다른 은행 코치를 감독으로 모시고 그와 호흡이 맞도록 코치를 선임했을 뿐이라 한다.

새로운 코칭스탭은 불과 6개월 만에 기본에 충실한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지옥훈련을 통해 강한 체력을 길렀다. 선수들에겐 매번 꼴찌만 하니 창피하지도 않느냐며 승부욕을 길러줬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짠물 수비와 빠른 농구를 펼치며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들어 팀 색깔이 확 바뀐 것이다.

농구팀의 활약은 1만5000여 임직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후문이다. 승전보가 들릴 때마다 그동안 경쟁은행들에 대패하면서 구긴 자존심을 회복시켜 준다며 기뻐한다는 소식이다.

이런 스포츠계의 이변을 보면서 한사람의 지도자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낀다. 이제 대통령선거가 35일밖에 남지 않았다. 집권 후 사심 없이 나라를 잘 이끌 대통령을 뽑느냐 아니면 또다시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이냐 하는 것은 오로지 유권자들의 몫이다.

최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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