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베트남참전' 유공자 예우문제 이제는 숙고해야!
  • 입력날짜 2012-11-08 06: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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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했는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누구나 화가 나게 마련. 서운한 마음이 지나치면 돌출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베트남전쟁 고엽제 피해자가 차를 몰고 청와대로 돌진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도 같은 이유라 할 것이다. '열악한 유공자 대우에 항의 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최모(62)씨는 지난5일 오전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를 몰고 청와대 진입로 앞 방벽을 밀고 춘추관 앞까지 100m 가량을 전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훈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식사 질이 좋지 않고 유공자 대우가 부실해 불만을 품고 1인 시위를 하러 왔다가 차량 돌진을 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지병으로 당뇨를 앓고 있으며 최근 등산 중 어깨인대 파열로 보훈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다. 그의 행위가 단순한 범죄로 보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시대분위기 및 그들의 처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싶다.

1973년 베트남전쟁이 끝난지 40년이 다 돼간다. 그런데도 참전자들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남아 있다. 고엽제 피해자의 청와대 돌진사건은 상징적 사건이다. 정신 나간 사람의 어리석은 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상처가 너무 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국가가 40년동안 전쟁으로 피폐된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어 준게 뭐냐고 따진다.

1964년9월 이동외과병원을 시발로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은 시작됐다. 65년3월 건설공병단(비둘기부대)을 파견했다. 이어 전투부대를 보내는 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첫 번째로 해병대(청룡부대)가 참전했다. 잇달아 육군 맹호, 백마부대 등 2개 전투사단이 뒤를 이었다. 8년여에 걸쳐 32만5517명이 베트남전선에 투입됐다. 이 가운데 5천99명이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전장에서 아까운 청춘을 버렸다. 고엽제 피해자는 10만을 넘고 지금도 수많은 장병들이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다.

전투부대 파견당시 국회는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참전자들이 자유우방을 돕는 성스런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면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 준게 뭐냐? 참전자 대부분이 70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고 고엽제로 인해 병마에 시달리는데 참전수당이란 명목으로 한달에 12만원 주는 게 고작이다. 그것도 나이제한을 둬 65세 이하는 제외시켰다.

시위현장에 있다가 피해를 봤거나 공무중 허리가 삐끗한 공무원도 국가유공자가 돼 더한 대접을 받는 처지에 우리는 뭐냐고 한탄한다. 베트남 참전을 계기로 가난의 굴레를 벗고 우리경제가 활기를 띠고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참전자들이 보낸 전투수당을 재원으로 건설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작년에 국가유공자라는 타이틀을 주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가에서 해준 것은 65세 고령자가 받는 것보다도 못하다는 불평이다.

과거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경제대국이 된 이제는 당연히 나라가 진빚을 갚아야 한다는 게 참전자들의 주장이다. 국가가 떼먹은 전투수당을 돌려달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돌진사건을 계기로 베트남전 참전자에 대한 예우문제를 심도있게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고엽제후유의증 미망인들에 대한 처우도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 지난 여름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석달 넘게 국회 앞에서, 보훈처 앞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인 미망인들을 외면한다면 사람의 할 짓이 아니라 할 것이다.

최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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