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제주 종달초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 입력날짜 2016-05-23 10: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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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위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꿈의 학교로 변신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우리나라 학생들 학습시간은 OECD 국가 중 단연 1위지만 학습 흥미 도는 매우 낮고, 잠자는 시간도 OECD 국가 중 가장 적고, 자기학습관리능력, 관계 지향성, 사회적 협업능력 또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교육에 눈길을 돌리고 있으나 국내에서도 북유럽 국가 못지않게 행복한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가 있다고 해서 제주 종달초를 탐방하고 돌아왔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에 있는 반농·반어촌의 작은 시골학교인 종달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1945년 설립인가), 전교 학생 수가 60명 정도밖에 안 돼 통폐합 위기에 처한 학교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로 지정되면서 학생들이 전학 가고 싶은 '꿈의 학교'로 탈바꿈했다.

통폐합 위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꿈의 학교로 변신

종달초 아이들이 등교하면, 교장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어서 와" 하며 반갑게 안아준다. 이른바 '교문 앞 아침맞이'이다. 그리고 종달초 아이들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하루 열기'와, 하루를 정리하는 '하루 닫기' 시간이 약 20분 정도 주어진다. 교실에서의 '하루 열기'는 교실 카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다정스럽게 둘러앉아 함께 차를 끓여 마시며 그날 기분, 집에서 있었던 일 등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시간이다. '하루 닫기' 시간에도 그날 배운 것, 있었던 일들을 수다 떨 듯 이야기한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다모임'에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많은 혁신학교가 교사 중심 다모임을 운영하는 데 반해, 종달초는 학생 스스로 꾸려가는 '다모임', 즉 격주로 전교생이 모여, 학교규칙 스스로 정하기, 갈등문제 토론으로 해결하기, 행사 스스로 꾸리기 등 학생이 직접 회의도 진행하고 의사결정까지 한다. 쉬는 시간 핸드폰 사용 여부가 토론주제로 오르기도 했고, 특별실을 우리가 청소하겠다고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등 다모임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아이 상담 차 학부모가 찾아오면 차와 음식대접을 교사가 한다는 것이다. 교사 1인당 10만 원 예산이 배정됐다. 일종의 담임 업무추진비인 셈이다. 한 반 학생이 평균 10명 정도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말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선생님께서 업무추진비로 식비를 계산해서 깜짝 놀랐다. 교사와 학교에 대해 신뢰가 저절로 생기더라. 이렇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좋은 학교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종달초에 대한 칭찬과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자랑거리와 특색사업이 손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멋진 학교

종달초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학기 초(3월 초, 9월 초) 2주간은 교과서 없는 학교를 운영한다. 다시 말해, '관계 맺기 진단 프로젝트' 차원에서 나·짝·우리 반·우리 마을 알기 등을 주제로 제대로 들여다보기, 소통과 공감하기, 관계 맺기, 자기소개서 쓰기 등을 진행한다. 또한, 종달초는 각종 시상제를 폐지했다. 즉, 대회도 없고 상장도 없다. 교장 명의로 주는 상장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학생회장에게는 임명장 대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는 당선증을 준다.

이 밖에도 교육과정을 학부모들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고,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교류 차원에서 해안과 오름길 자전거 하이킹, 올레길과 마을 걸어 돌아보기, 마을역사유적 돌아보기, 바다와 놀기, 우리 마을 알리는 홍보지 만들기, 마을 기관 찾아보기, 경로회관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주 화수금요일에는 방과후수업이 없고 대신 자율동아리 활동을 한다. 현재 요리, 레고 조립, 댄스, 음악 밴드 동아리가 운영 중이고 동아리별로 50만 원 예산이 지원된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 오는 게 정말 신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 혁신학교가 그렇듯이 교사업무 제로 차원에서, 소위 행정업무는 교무부장과 혁신부장 그리고 행정실무사가 전담하고, 교사는 가르치는 일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한다.

감동 어린 변화와 파격적 혁신으로 전국에서 견학 및 탐방 줄이어

종달초가 1년 만에 이렇게 학생들은 다니고 싶고 학부모들은 보내고 싶은 꿈의 학교로 거듭난 가장 큰 비결은 학교장의 수평적 리더십과 협의를 통한 민주적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입을 모았다. 즉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문화가 민주적, 수평적으로 바뀌니 저절로 집단지성으로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모습을 갖추더라는 것이다.

내부형공모교장인 강순문 교장은 "솔직히 교장의 권위와 교육철학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내가 꿈꾸던 학교 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려놓고 학생, 교사, 학부모를 믿었더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잘 되더라"라고 비결을 들려주었다. 그는 또 "학생들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이고, 학부모님들이 학교를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자발적 헌신과 열정 덕분에 혁신교육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공을 학교구성원들에게 돌렸다.

병설유치원과 2학년, 6학년 등 세 아이를 종달초에 보내고 있다는 김태희 학부모님은 "학교 문턱이 낮아져 마음 편하게 학교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현한 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변화하고 있다. 전에는 시켜야 공부했다면 이제는 찾아서 공부하고, 집중해서 경청하는 능력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 배려하고 협력하는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학교가 얼마나 좋은지 아침 일찍 학교에 가려하고 방과후에는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등 귀가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종달리는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아름다운 오름, 올레길, 해안도로, 다양한 모습의 바다, 역사유적(패총, 연대와 봉수대, 효자비, 염전 터 등)이 훌륭한 학습자원이기도 하다. 종달초에서 만난 해맑은 아이들 모습이 마치 청보리밭에서 마음껏 뛰노는 노고지리 같았다. 종달초의 감동 어린 변화와 파격적 혁신이 알려지면서 벌써제주의 다른 학교는 물론 서울과 인천, 전남지역 등에서도 견학 및 탐방을 오고 있다고 한다. 제주에서 부는 훈훈한 남풍에 추운 겨울이 물러가듯,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종달초처럼 배움이 일어나는 교실, 모두가 행복한 학교, 교육주체가 함께 만들고 더불어 성장하는 학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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