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종업원 지주제
  • 입력날짜 2016-05-08 14: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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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중심 경영의 문제 해결 방안은 종업원 소유 기업 제도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인력감축 일변도의 구조조정에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조선사의 대주주들의 부실 방만 경영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양적 완화를 통해 결국의 손실을 사회와 노동자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2위의 조선소 노동자들은 기업이 19조 원대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년간 3조 원대의 배당금을 챙겨간 최대주주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들만 해고의 고통을 지게 한다며 항의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복지감소는 지역상권을 텅 비게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체 주식회사기업이 무엇이고 경영실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으며 주식회사 지분을 가진 주주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도 그 구성원인 공동체라고 정의해야만 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주주들은 노동자들은 경영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며 기업 경영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발언권을 제공하지 않았다. 닭이 먼저야 알이 먼저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는 해법을 알고 있기 마련이다.

기업 가운데 종업원이 주식시장에서 다른 회사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회사주식을 일부 소유하는 종업원소유기업이 있다. 미국 종업원지분보유센터는 전국에 1만 1,300개의 종업원소유기업이 있고 총참여인원이 1,400만 명가량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럽에서는 회사지분을 소유한 대기업 종업원이 1,000만 명에 달한다. 종업원 소유제는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확대됐다.

왜 이런 기업들이 생겨났고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인가. 주주 중심주의로 운영되는 기업은 대주주나 전문경영인의 무능이나 횡포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은 주식처분 혹은 연봉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기 때문에 단기적 실적에 집착한다. 그래서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다.

경쟁 전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주주 중심주의가 가진 비민주적 경영방식 때문에 대체로 최종 피해자는 노동자해고로 귀결 된다. 그리고 그 기업이 소재하는 지역공동체도 공장폐쇄 등으로 경제가 몰락한다.

이런 주주 중심경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기업형태 중 하나가 바로 종업원소유기업 제도이다. 노동자를 기업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 노사갈등 대신 이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고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종업원 대표 이사가 있는 종업원 소유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엔론 사태에서 보듯이 직원들이야말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종업원 대표 이사가 회사 기금을 활용해 금융컨설턴트를 고용한다면 경영진의 권력남용을 상당히 막아낼 것이다.

이러한 종업원 소유 기업 제도가 우리나라 조선소들에 도입되어 있었다면 저가수주경쟁으로 단기실적을 올리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탐욕을 상당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 제도는 종업원들의 자산을 늘려주는 역할도 하여 종업원들의 의욕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사주신탁제도를 기업의 종업원들은 다른 기업의 동일 조건 종업원보다 퇴직 자산이 2.5배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종업원이 소유한 기업도 2-3,000곳, 총 종업원은 약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제도는 경영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살리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기업은 보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복지 수준을 낮추려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양보교섭을 가능하게 하여 비용을 줄이고 대신 우리사주를 지급함으로써 사후배당을 통해 양보받은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보통 주식회사에서 반복되는 격렬한 갈등을 피해갈 수가 있다.

이렇듯 종업원 소유기업 제도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1958년 유한양행에서 개별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후 법제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매우 미비하여 몇몇 기업의 우리사주조합 외에는 활동력이 없는 상태라 할 것이다. 이것은 자본 측보다 노동 측의 외면이 더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노동귀족’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라도 자본 측의 노동자 분리통치정책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눈앞의 고임금에 그냥 순종하는 것은 참으로 눈뜨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노동자는 기업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냥 월급만 받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운명을 함께 짊어지고 기업을 망치는 대주주와 경영진과 당당하게 겨루기를 바란다. 즉 과거의 낡은 사회주의 노동세력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종업원지주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재벌체제 개혁에서 노동자를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이 제도를 강력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는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주제가 되어야 한다.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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