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칼럼] ‘공익제보 활성화’ 없이는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 불가능!
  • 입력날짜 2017-02-16 13:26:47
    • 기사보내기 
진실을 말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공익제보 활성화’ 없이는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 불가능!
진실을 말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안종훈 교사는 지난 2012년, 학교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행정실장을 퇴직시켜야 함에도 계속 근무하게 하고 그에 따라 인건비를 부당하게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구학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감사결과 제보내용을 포함하여 17건의 비리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자 학교재단은 공익제보자인 안종훈 교사를 파면했다. 학교 측은 성실의무와 복종의무 위반 등을 징계사유로 내세웠지만 누가 봐도 보복성 조치였다.

전경원 교사는 지난 2015년,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가 ‘신입생 선발 시 입학생 성적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고, 감사 결과 매년 30명씩 약 90명의 학생이 부정한 심사로 합격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전경원 교사는 2016년 10월 해임됐다. 학교 측은 비밀엄수 의무 위반, 직장 이탈 금지 위반, 품위유지 위반 등을 징계사유로 내세웠지만 역시 누가 봐도 보복성 조치였다.

이전에도 사학비리를 공익제보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많다. 2003년 동일학원과 2008년 상록학원이 대표적 사례이다.

현행법 상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사립학교가 공공기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학비리를 신고한 제보자의 경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사립학교법 위반 또는 회계부정에 따른 업무상 횡령 등은 공익침해 행위로 보지 않고 있고, 부패방지법도 공공기관의 부패행위만을 다루고 있어, 사립학교의 부패행위는 신고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학비리 공익제보자들은 학교 측의 보복행위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다.

시민사회 연합해, 공익제보 활성화 위한 ‘내부제보실천운동’ 출범

최근 교육 분야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에 기반을 두어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에 사립학교 임직원을 포함한 만큼, 사학비리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더는 늦출 수가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들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사학비리 공익제보 사례 발표 및 제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방안 모색 토론회>가 지난해 11월 1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후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부제보를 활성화하고 내부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제보실천운동'이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앞서 언급한 사학비리를 비롯하여 감사원-재벌 간 유착비리, 군 부재자 투표 부정, 언론 보도지침, 군 본부의 군납비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모두 공익제보자들의 용기 있는 선언으로 진실이 밝혀진 일들이다. 그러나 이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고 충분히 보상하는 제도와 사회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출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권력자들에 의한 권력형비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 등에 맞서 양심을 걸고 내부 진실을 고발하는 ‘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단체인 셈이다.

박근혜-최순실을 중심으로 그 주변 세력들의 국정농단사태를 통해 드러났듯이 권력형 부정부패의 대부분이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검찰 등 사정 기관들은 사태를 묵인하거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만약 국정농단에 대해 내부고발자 한 명만 있었으면 이런 불행한 사건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을 기만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는 권력형 비리와 사회 곳곳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로운 내부자의 용기 있는 제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내부제보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매도하면서 보복을 통해 사회적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현재 내부제보에 대한 조사와 보호ㆍ보상에 관한 법률과 관련 기관이 존재하기는 하나 내부제보에 대한 조사권도 없고 보호ㆍ보상대책이 미흡하여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성이 전혀 없어 정권의 눈치나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부제보 활성화와 권력형 비리 예방 등을 위해 내부제보자와 시민사회, 종교계가 힘을 모아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새롭게 발족한 내부제보실천운동은 될 수 있으면 2017년 상반기 안에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실질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연말까지는 내부제보자지원재단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내부제보사건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갖고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국가청렴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만들 것을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에게 요구할 예정이다.

국회차원에서도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 위해 힘쓸 것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내부고발자는 고발 과정에서 스스로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에도 공익제보자라는 자신감보다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내부고발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건강한 내부고발 체제가 작동해야 하고, 내부고발자를 칭송하고 예우하고 보상하는 법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나도 고발의 쓴맛을 본 사람”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위해 애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 백찬홍 상임대표는 “내부고발자보호 법률을 성안하여 입법되도록 할 것, 공익재단 설립을 위한 소셜펀딩을 추진할 것, 기존 내부고발 관련 정부조직을 통합하여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내부고발사건 전담 조사기관의 설립을 추진할 것, 내부고발사건 조사ㆍ처리의 공정성을 감시하기 위해 해당 운동단체들과 연대하거나 연결망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계적 활동계획을 밝혔다.

진실을 말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좋은 게 옳은 것도 아니고, 옳은 게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형태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