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O 관리, 국가기구가 필요하다.
  • 입력날짜 2016-12-21 18: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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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유전자조작식품반대 생명운동연대 집행위원장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유전자조작식품반대 생명운동연대 집행위원장
지난 12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인도산 GM(유전자조작) 쌀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유통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근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나라는 천만 톤이 넘는 GMO(유전자조작식품 혹은 생물체)를 수입하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아무 GMO나 마구 수입하지 않는다. 정부가 승인한 7가지 품목(콩, 옥수수, 유채, 면화, 감자, 알팔파, 사탕무)에 한해서 사전 승인과 신고를 해야 들어올 수 있다. 수입하고 나서도 유통과 운송에 대한 규정이 있어 원료가 시중에 유통될 수가 없다.

예를 들어서 GMO 흰콩을 수입하고 있지만 시장의 곡물상이나 마트의 잡곡 코너에 이를 진열, 판매할 수 없고 소비자들이나 음식점에서 GM콩을 직접 구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기자회견 내용은 GMO에 대한 규제나 기준, 규정을 다 무너뜨린 것이라서 큰 문제가 되는 일이다.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하면 지난 6월부터 인도산 바스마티쌀이 찐쌀 형태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마트를 통해 전국의 지점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바스마티쌀은 인도가 자랑하는 전통 쌀 품종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쌀 품종인 ‘다마금’같은 토종 쌀 품종이다. 인도의 전통 쌀 중에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서 한때 국제 종자회사들이 이걸 자기네 종자로 특허를 내려고 하다가 인도와 국제분쟁이 일어날 정도로 탐내는 종자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종자가 GMO라고?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쌀을 유전자조작하여 상용화 승인받은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쌀 혹은 밀을 주식으로 하므로 쌀이나 밀을 GMO로 상용화하여 재배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크기 때문에 실험과 연구는 많이 해도 아직 승인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GMO 반대 운동을 하는 국제 NGO인 ‘그린피스’에 공개서한을 보내 비타민A가 강화된 GMO ‘황금쌀(Golden Rice)’을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들에게 제공하면 배고픔과 비타민A 부족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인들을 살릴 수 있는데 그린피스의 방해로 이게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 GMO 황금쌀은 안전성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쌀을 GMO로 개발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저항이 있어 아직 상용화되지도 못한 쌀이다.

GMO 쌀에 대한 상황과 인식이 이런데 그 유명한 인도의 ‘바스마티’쌀이 GMO라고?그런데 이 쌀의 판매처인 이마트의 상품정보에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에 해당함”(GMO)이라고 적시해 놨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기자회견을 한 후 이마트는 이 쌀을 전량 수거하였으며 마트 상품정보사이트에서도 이 정보를 지웠다.

이 사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업자가 잘못 알고 수입한 것이라고 하며 GMO 쌀이 아니라고 하였다.그런데 기자회견을 한 김현권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인도에서 GM 쌀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았지만 인도의 유럭 일간지인 파이오니어에 ‘지난 10년 이상 인도에서 GM 종자업체들과 결탁한 과학자들이 불법적인 곡물의 시험재배가 이뤄져 왔다.

지난 2007년 유럽연합이 GMO에 오염된 쌀 수입을 중단하자, 인도 정부는 바스마티 쌀의 주산지인 3개 주에 대한 GM쌀 시험재배를 금지시켰지만 아무도 이미 진행된 비밀 실험의 피해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기사를 찾아내어 인도에서 GM 쌀이 불법적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공식적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도 GM 쌀이 상용화 승인되지 않았지만 불법적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적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식약처의 주장대로 이마트를 통해 들여와 판매된 바스마티 찐쌀이 GMO가 아니라고 한다면 수인과 통관 및 판매 승인 절차에 허점이 확인된 것이고 김현권 의원실의 주장대로 이 쌀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GMO쌀이 맞는다면 식약처는 GMO에 대해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GMO 환경에 어둡고 또 이에 대한 수입 과정에 대한 검사나 심사, 해외 정보에 대한 수집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상적인 대선 일정을 앞당기는 조기 대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른 대선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국민들의 후보들에 대한 동태나 주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80% 이상이 GMO가 뭔지 알고 있다고 답하고 있고 알고 있다는 사람들 중 80% 이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하는 실정에서 국가는 GMO의 연구나 실험 그리고 수입농산물과 식품의 심의, 검역, 운송, 자생지 조사 및 관리, 안전성 검사, 표시제 관리, 국민 교육 등을 전담할 국가기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면 좋겠다.올해 우리 국민들과 언론이 GMO에 보여준 관심, GMO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을 더 이상 유지시켜서는 안된다. 국가가 이런 국민들의 불안함을 모르쇠하고 지난다면 국민과 국회로부터 탄핵된 ‘박근혜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내년에 시행될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GMO 관리 국가기구를 설치할 것을 공약에 꼭 넣기를 기대한다.

한마디 더 - 인도의 바스마티 찐쌀이 1Kg에 11,400원~11,800원에 판매되었다. 이를 80Kg 한가마로 환산하면 9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국내산 쌀값이 가마당 13만원 내외로 20년이래 최저가격으로 떨어져 있는데 쌀을 수입해 국산쌀값의 7배도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장사치들은 도대체 정신이 있는건지. 참고로 이 쌀의 수입가격은 1Kg당 1,371원이었다고 한다.

이재욱-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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